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공유'는 미국과 소련 간의 핵무기 개발 경쟁과 군축 협상을 거치면서 형성된 개념이다. 적성국(소련)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서유럽 동맹들이 미국의 방위 공약을 신뢰하게 하는 장치인 동시에, 핵확산을 원하지 않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자체 핵무장을 단념시키는 도구였다.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한 상황에서 한·미 간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나토식 핵 공유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소련이 원자폭탄(1949년)과 수소폭탄(1953년)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 전술핵의 서유럽 반입 등 '핵우산' 제공이 시작됐다. 하지만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하고 ICBM 능력을 갖추면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이 본토의 위험을 감수하며 유럽 동맹국들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소련은 이 무렵 서유럽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도 대량으로 배치,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핵 공유' 논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1960년대 들어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자, 미국은 핵 확산을 막을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케네디 행정부는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전함을 나토 다국적군이 함께 운용하는 '다국적 핵전력(MLF)'의 창설을 제안했다.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터키로 구성된 '핵계획실무그룹(NPWG)'은 1966년부터 나토의 핵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핵 공유'는 나토 회원국들을 '동맹'으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됐고, 현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