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희(古稀) 맞은 의료법 수명 다해

  • 디지털팀
입력 2019.11.20 09:32

-김종호 호서대 교수, 법학박사
-김종호 호서대 교수, 법학박사
의료법은 당대의 의료제도를 입법취지 대로 구성하도록 강제하는 힘을 지닌다. 하지만 법 역시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 존재한다. 의료법은 의료행위자와 소비자들의 선택 여부에 따라 소멸되거나 재생산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다. 법은 그 사회의 권력에 의해 생겨나고 때로는 입법취지가 은폐된 채 그 효력이 지속되기도 한다. 물론 권력변동에 따라 내용의 개정이 가능한 열린 텍스트이기도 하다. 일제 말기인 1944.8.21.에 개정된 조선의료령은 일제가 전쟁수행 목적으로 의료인력 징발을 위한 9개 조항을 신설한 것이었다. 의료인들은 중앙회에 소속되어 국민체력 향상 정책에 협력해야 하며, 국가가 지정한 업무에 복무할 의무가 명기됐다. 이에 따라 관선 의료단체가 조직됐다가 해방과 더불어 해체됐다. 미군정기 일제의 공립병원 중심체계는 붕괴됐다. 하지만 조선의료령의 효력은 1951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될 때까지 지속됐다. 한창 전쟁 중이던 1951년 대한민국에서는 처음으로 국민의료법(1951.9.25)과 동법시행세칙(1951.12.25.)이 공포됐다. 이렇게 70년 시간은 흘러왔다. 그 사이 보건의료 환경은 급변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자 및 국민의료비의 급증을 야기하게 되어 국민의 부양 부담과 재정의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노인인구의 증가에 대한 부담은 생산가능 세대로 전가돼 조세 및 사회보장비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해 사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활습관 서구화, 노령화 등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병이 급격히 증가하여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 등 새로운 보건의료 수요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향후 보건산업은 질병치료 중심에서 일생 건강관리 중심으로 의료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다. 즉, 질병의 사전예측 및 예방 그리고 맞춤치료를 위한 신의료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원격의료가 보편화 되는 등 원격의료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의료관광 등의 의료서비스 시장개방 확대로 인한 의료 국제화의 가속화도 예상된다. 병원의 글로벌 체인 경쟁의 가속화로 인한 국제적 대형병원의 확산이 눈앞에 와있다. 이제 70년이나 경과한 구법체계로는 이처럼 급격한 의료환경에 대응이 불가능하다. 의료법 체계를 과감히 해체해서 기능적 재구성을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의료인 각자의 특성이 존중되야 하고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한 해결 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금까지 사후적 질병치료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으나 향후에는 예방, 건강증진 중심의 종합적인 접근전략이 요구되며,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비용중심에서 질(성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모든 제도적 개편은 지속가능성 제고를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한다. 2011년 기준 약 37조 원이던 건강보험급여비가 2020년에 80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제 성장율은 2020년 이후 2% 이하로 하락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능력이 그 증가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 상황에서 행위별 수가제 등과 같은 정책으로 왜곡된 의료자원 배분에 대한 효율성이 제고돼야 한다. 의료시설이나 기기 등은 OECD 평균에 비해 월등하나 인력 등은 4분 5열되어 수준이 낮고, 지역별 불균형이 심화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장성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의료 빈곤이 증가하고 있다. 보장성 확대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으나 재원마련이 쉽지 않고 비용 조장적 의료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한히 보장성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이원화되어 있어 형평성이 문제이다. 향후 의료체계는 소비자주권, 기술, 통합의료, 개방성 등이 주된 의제로 등장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비하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완비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에 전제를 둔 21세기 새로운 보건의료법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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