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한국 학생들을 겨냥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신상 정보 공개와 인신공격, 모욕 행위가 국내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김모(23)씨 등 학생들은 최근 인문과학대학 1층에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중국 유학생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선다. 19일 보초를 서는 학생들 앞에는 동전이 든 종이컵이 놓여 있었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학교에 돈을 더 많이 내니까, 돈 많은 우리가 불쌍한 한국인들에게 준다"며 동전을 던졌고 한국 학생들이 주워서 담아놓은 것이다.
특히 이 대자보를 처음 붙인 김모(23)씨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사진이 떠돈다. 사진에는 홍콩 독립 지지자를 비하하는 '항독분자(港獨分子)'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 김씨는 "웨이보에 오른 뒤, 학교 근처 길에서도 동전을 던지는 중국인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화가 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가 혐오의 언어로 그들을 비하하지 않듯, 그들도 우리를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나섰다. 서울 성동경찰서가 13일부터 경찰관 1~2명을 교내에 파견해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대자보가 붙은 인문대 로비를 순찰한다.
여학생들도 표적이 된다. 15일 웨이보에 고려대 여학생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올랐다. "홍콩을 지지하는 한국 학생이 중국 유학생을 밀치고 때렸는데 고려대는 내막도 모르고 이 학생을 감싸고 있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였다. 이 게시물에 '길에서 이 여자애를 봤는데 진짜 때리고 싶었다' '지금 당장 한국에 가서 패주고 싶다' 등의 중국어 댓글 200여개가 달렸다. 한국외대 교내 게시판에는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이던 여학생 얼굴 사진이 '나는 기생충 같은 화냥년이야' 등의 글과 함께 붙었다.
서울 세종대에서는 19일 한국 학생 2명과 중국 학생 1명이 마주 보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한국 학생들이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이자, 중국 학생이 검은색 펜을 들고 와 대자보 위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쓰다가 시비가 붙은 것이다. 중국 학생이 "홍콩이 그렇게 좋으면 홍콩으로 가라"며 "홍콩은 중국 영토인데 한국이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한국 학생은 "대자보 위에 낙서한 것 사과하세요!"라며 맞섰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대자보는 칼로 난도질당한 상태로 발견됐다.
한국 학생들의 홍콩 시위 지지 운동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동국대 등 대학생 50여명이 활동 중인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19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진핑 정부와 홍콩 당국은 홍콩 항쟁 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오는 23일 서울 시청광장 앞에 모여 도심집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7일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열어 홍콩 시위 지지운동 동참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경대학 후문에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여기엔 지난 16일부터 나흘 동안 홍콩 지지를 표한 이 학교 학생 245명의 실명(實名)이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