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의 명대사는 ‘스파르타’였다. 국왕 레오니다스가 ‘이것이 스파르타식’을 외치며 복종을 권하는 페르시아 사신을 처단한 다음, 영화는 엄청난 근육을 갖춘 스파르타의 용사 300명이 갑옷 하나 없이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싸우다 끝났다. 배우들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는 ‘스파르타식 훈련’을 거쳐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Edgar Degas·1834~1917)의 '운동하는 스파르타의 젊은이들'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당대 파리의 일상을 주로 그리던 드가가 역사적 주제를 택한 데다, 고전 문화의 중심지인 아테네가 아닌 군국주의 스파르타, 그중에서도 남녀 청소년들이 들판에서 옷을 벗고 대결하는 장면이니 말이다. 반라(半裸) 여성들은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달려들 듯 거침이 없고, 남성들 또한 옷을 벗어 던지고 몸을 풀며 전의를 다지는 중이다. 멀리서 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들과 지도자 리쿠르구스 뒤에는 허약한 아이들을 내다 버렸다는 타이게토스산이 솟아 있다. 실제로 막강 군사력에 의존해 사회를 유지했던 스파르타에서 가장 중요한 시민의 덕목은 강인한 육체였다. 엄격한 훈련에 여성도 예외가 아니었던 건 단지 그들이 건장한 아이를 낳을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드가는 1860년경에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수정을 거듭하다 미완성인 채로 생을 마감했다. 여자가 넷인데 다리가 열인 건 그 때문이다. 원래 다양한 계층의 여성을 그려왔던 드가가 19세기 후반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급격하게 향상되던 시기를 지내며 당당하고 도전적인 스파르타 여인들을 그릴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