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쇄 테러'가 스리랑카 독재자 가문 다시 불러냈다

조선일보
입력 2019.11.18 03:00

대선서 前대통령 동생이 승리…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문제 우려

스리랑카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선인이 17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행정수도 콜롬보에 있는 자택에서 차를 타고 집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고타바야 당선인은 2005~2015년 스리랑카를 철권통치했던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스리랑카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선인이 17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행정수도 콜롬보에 있는 자택에서 차를 타고 집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고타바야 당선인은 2005~2015년 스리랑카를 철권통치했던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월 스리랑카에서 269명의 희생자를 냈던 부활절 연쇄 테러가 철권통치 독재자 가문을 다시 불러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치러진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2005~2015년 스리랑카를 철권통치했던 마힌다 라자팍사(74) 전 대통령의 동생 고타바야 라자팍사(70) 전 국방 차관이 승리했다.

스리랑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스리랑카인민전선의 고타바야 후보가 득표율 52.25%로, 2위인 집권 여당 통합국민당의 사지트 프레마다사(41.99%)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고타바야 측은 "이번 선거는 국민의 승리"라며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고타바야의 승리에는 지난 4월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 이후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민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힌다 집권 기간 고타바야는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장관 아래 국방 차관을, 다른 형제인 바실은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맡았다. 스리랑카 인구의 74.9%를 차지하는 싱할라족 출신인 라자팍사 가문은 정부 주요 요직에 포진했다. 이들은 2009년 불교도 중심의 싱할라족이 주축이 된 정부와 힌두교도 중심 타밀족 반군의 내전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군인 출신인 고타바야는 강한 군대를 육성하는 등 타밀 반군 소탕에 일등 공신 노릇을 해 '종결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라자팍사 가문은 내전 종식 과정에서 타밀족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고, 독재정치를 폈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았다. 특히 고타바야는 각종 고문과 납치, 암살의 배후로 고발돼 국제 소송에 휘말렸다. 승승장구하던 라자팍사 가문은 2015년 1월 마힌다의 3선 도전 실패로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지난 4월 21일 행정수도 콜롬보를 비롯해 8곳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폭탄 테러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 배후로 지목되면서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현직 대통령인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는 부활절 테러 직전 해외 정보 당국에서 여러 차례 테러 경고를 받았음에도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는 비판에 휩싸이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는 결국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외신들은 "고타바야의 승리는 곧 라자팍사 가문의 부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라자팍사 가문 출신 인사들은 정치권에 다수 포진해 있다. 마힌다 전 대통령은 국무총리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라자팍사 가문의 부활이 스리랑카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 문제 논란을 다시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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