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軍, 돌연 홍콩 도로 청소작전… 다음은 시위대?

입력 2019.11.18 03:00

시진핑 "폭력·난동 저지" 한마디후, 70여명이 40분간 거리 등장
대테러 최강 '쉐펑 특전대'도 포함… 시위대, 경찰 장갑차 불태워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16일 시위로 어지럽혀진 도로 청소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는 폭력과 난동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이뤄진 조치이다. 홍콩 내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인민해방군이 시위대까지 청소할 수 있다는 메시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16일 오후 4시 20분쯤 홍콩 카우룽통(九龍塘) 인민해방군 막사에서 군인 70여명이 나왔다. 막사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홍콩침례대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빗자루를 든 군인들은 2열로 뛰어서 부대 정문을 나온 후 약 40분간 시위대가 던진 벽돌 등을 치우고 부대 안으로 돌아갔다.

홍콩에 주둔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들이 16일 카우룽통 지역에서 시위대가 던져놓은 벽돌을 치우고 있다. 이날 시위로 어지럽혀진 거리 청소에 나선 군인 중에는 ‘특전8중대’ ‘쉐펑(雪楓) 특전대대’라고 쓰인 운동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홍콩에 주둔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들이 16일 카우룽통 지역에서 시위대가 던져놓은 벽돌을 치우고 있다. 이날 시위로 어지럽혀진 거리 청소에 나선 군인 중에는 ‘특전8중대’ ‘쉐펑(雪楓) 특전대대’라고 쓰인 운동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AFP HKFP 연합뉴스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공개적으로 거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 작업에 투입된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1997년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주둔한 이후 대민(對民) 지원에 나선 것은 작년 태풍 '망쿳' 피해 복구 작업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은 물론 미국 등이 인민해방군 투입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활동을 놓고 "언제든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베이징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거리 청소에 투입된 군인 중에는 '특전 8중대' '쉐펑(雪楓) 특전대대'라고 쓰인 운동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특전 8중대는 중·베트남 전쟁 때 전공을 올려 '영웅부대' 칭호를 받았고 국제 반(反)테러 연합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쉐펑 특전대대는 항일전쟁 시기 활동했던 펑쉐펑(彭雪楓) 장군 이름을 딴 부대로, 6·25에도 참전한 정예부대다. 대테러 작전에서 최강으로 꼽힌다. 신장(新疆), 시짱(西藏) 등을 관할하는 서부 전구(戰區) 소속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은 그간 홍콩 주둔군에 홍콩에서 가까운 인민해방군 남부 전구 인원을 투입했다"며 "(쉐펑 부대는) 현재 홍콩의 특수 상황 때문에 특별히 파견된 인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민해방군이 예고 없이 거리로 나오면서 홍콩기본법 위반 논란도 벌어졌다. 홍콩기본법 14조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홍콩 내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홍콩 행정장관이 질서 유지와 재해 복구를 위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번 청소 활동은 홍콩 정부의 요청 없이 인민해방군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 홍콩 신문 대공보는 "중국 정부의 지시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홍콩 내 야당 의원 24명은 16일 성명을 내고 "인민해방군 투입은 홍콩기본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환구시보는 17일 홍콩 변호사를 인용해 "군복을 입지 않았고, 근무시간이 아닌 때 자발적으로 부대 주변을 청소한 행위는 홍콩기본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17일 저녁 홍콩 시위대와 홍콩 경찰 장갑차가 크로스하버 터널 인근 육교에서 대치하는 가운데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경찰 장갑차가 불타기도 했다. 시위대는 14일부터 카우룽반도와 홍콩섬을 연결하는 크로스하버 터널을 막고 있다.
17일 저녁 홍콩 시위대와 홍콩 경찰 장갑차가 크로스하버 터널 인근 육교에서 대치하는 가운데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경찰 장갑차가 불타기도 했다. 시위대는 14일부터 카우룽반도와 홍콩섬을 연결하는 크로스하버 터널을 막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과격 시위대의 출근 방해 투쟁으로 여론이 나빠지면서 주말 시위는 규모가 줄어든 양상이었다. 극렬한 시위를 벌였던 홍콩중문대 시위대는 16일 0시 무렵 해산했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도로를 치우고, 한동안 중단됐던 경찰 지지 집회도 재개됐다.

하지만 17일 홍콩이공대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온종일 격렬하게 충돌했다. 오전 10시쯤 홍콩 시민 100여명이 홍콩이공대 앞 도로에서 바리케이드를 치우자 시위대가 항의하며 돌을 던졌다. 이후 시위대와 경찰은 화염병과 최루탄·물대포를 주고받았다. 최소 경찰관 1명과 기자 2명이 시위대가 쏜 화살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이날 저녁에는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육교에 쌓아놓은 화염병에 불이 붙어 큰 화재가 나기도 했다.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져 경찰 장갑차도 불탔다. 홍콩 경찰은 대학 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홍콩 교육국은 15~17일 내렸던 휴교령을 18일 하루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신문 명보는 1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고 지도부 가운데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가 15일 홍콩과 맞닿아 있는 광둥(廣東)성 선전을 방문해 홍콩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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