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 BBC가 일본을 사랑한 이유

입력 2019.11.18 03:13

한·일이 싸우는 동안에도 일본의 국제적 매력은 상승
文 대통령은 같은 기간에 友好國을 얼마나 만들었나

이하원 도쿄 특파원
이하원 도쿄 특파원

지난달 일본 럭비 월드컵이 끝난 후 영국 공영방송 BBC가 특집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우리가 일본 럭비 월드컵을 사랑하는 이유'가 그 제목. 일본에서 현장 취재했던 BBC 프로듀서는 일본인들의 규칙 준수를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일본인들은 규칙을 좋아하고 절대 그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습관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기분 좋고 편안한 것으로 만든다." 구체적으로 모두가 교통신호를 지키며 기차역 플랫폼에는 줄을 서야 할 선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누구도 새치기하지 않는다고도 썼다. BBC의 다른 기자는 "일본 사회는 (타인에 대한) 존중(respect)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AFP 통신을 비롯한 해외 언론은 일본인들이 호주·캐나다 등 다른 참가국의 국가를 외워서 불러 주는 '오모테나시(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접한다는 의미의 일본어)'에 주목해 보도했다. 마이애미 헤럴드를 비롯한 외국 언론에는 지금도 일본인들이 서툰 외국어로 참가국 국가를 불러주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한·일 '징용대전(徵用大戰)'이 시작된 후 한국에선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 아베 내각이 지난 7월 징용 판결 문제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닥치고 일본 때리기' 기사가 양산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럴 때일수록 시야를 세계적 차원으로 넓혀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두 달 가까이 치른 럭비 월드컵으로 '규칙을 잘 지키는 나라' '친절한 국가' 이미지를 더 굳건히 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얼마 전 럭비를 보러 일본에 왔던 외국 관광객 100명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79%가 '친절하다, 우호적이다'라고 답했다. 58%는 '나쁜 점이 없다'고 했다.

일본은 올해 30년 만에 이뤄진 왕위 교체를 자국 홍보 기회로도 적극 활용했다. 지난 5월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왕위에 오른 후 10월까지 이어지는 즉위식과 카퍼레이드로 외국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덕분에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지만 다른 나라 관광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대형 여행사인 JTB는 올해 자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대비 7.4% 증가한 3350만명으로 예상한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미국 유럽에서도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주말 저녁에 도쿄의 롯폰기, 신주쿠를 다니다 보면 마치 뉴욕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외국인이 많이 보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설정한 '1년에 4000만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결코 허황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사람의 인생과 국가의 외교 간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를 응원하는 친구, 선후배를 늘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계속해서 적을 만드는 사람도 보인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외교를 잘하는 국가는 평소 부단한 노력으로 여러 나라와 우호 관계를 쌓는다. 언제라도 어려움이 닥치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는 반대로 잇달아 적대 관계를 만들거나 냉랭한 관계를 방치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가 일본과 싸우는 사이에도 상대국은 국제적으로 매력을 높이는 일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최근 일본 외교의 성과에 대해서는 별도 칼럼을 써야 할 정도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정 책임을 맡은 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매력도(魅力度)'는 얼마나 올랐을까. BBC가 일본에 주목한 질서 준수, 타인에 대한 존중은 같은 기간에 얼마나 상승했나.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한국의 친구'는 얼마나 늘었는지, 한국의 이미지는 국제사회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어쩌면 한·일 과거사 갈등 해결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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