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대표가 중용한 김세연… '황교안 퇴진' 거론하며 불출마, 왜?

입력 2019.11.17 13:13 | 수정 2019.11.17 20:32

40대 3선 김세연 전격 불출마 선언⋯참모들에 닷새 전 불출마 선언 밝혀
탄핵 정국 때 옛 새누리당 탈당했다 작년 1월 돌아온 복당파
황교안, 당대표 취임 후 김세연 여연원장에 중용
18대 국회 때 비주류 노선 걷다 당 주류한테 압박 받기도
평소 기본소득제·로봇세·네트워크 정당 관심 많은 혁신파

자유한국당 김세연(47·3선·부산 금정) 의원이 17일 21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총선을 5개월 앞둔 보수 진영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이 중진 불출마는 물론 현재 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까지 요구하면서 한국당에 던지는 충격파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당대표 취임 후 복당파 비주류인 그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한국당 안에서는 "드디어 진짜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는 평가와 함께 "진짜 물러나야 할 다른 중진들의 용퇴 선언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의원들의 자발적 퇴진을 통해 당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의원들의 자발적 퇴진을 통해 당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뉴스
김 의원은 부산 금정에서 5선을 한 고(故)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로 18대 총선 때 부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곧이어 한나라당에 입당해 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3선을 했다. 지난 7월까지 한국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는 등 내년 4월 총선에서 4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용퇴론에 휘말리지도 않은 그가 정계은퇴에 가까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한국당 해체를 요구한 것이어서 불출마 선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당지도부로서도 상당한 충격일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 선언 결심은 지난 13일쯤 전체 보좌진에 밝히고 날짜를 정했다고 한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상의는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이 한국당 해체와 황교안·나경원 퇴진을 요구하는 등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봐도 당지도부와 상의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다.

김 의원은 2016년 말 탄핵 정국 때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과 옛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바른정당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지난 대선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한국당과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싸움에 앞장섰다. 그 뒤 작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당시 선친 때부터 지역에서 선거를 도왔던 인사들의 지방선거 문제 때문에 복당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나의 재선 문제 때문이라면 복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황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김 의원을 당 여의도연구원장에 앉히는 등 중용했다. 주로 당 주류 실력자가 맡던 여연 원장 자리에 비주류 출신인 김 의원을 임명하는 데 황 대표 측근 그룹에선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대선 때 서로 얼굴을 붉혔던 앙금도 김 의원에 대한 비토 분위기를 만들면서 중도 교체설(說)이 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김 의원을 계속 여연 원장 자리에 뒀다. 김 의원은 지난 7월까지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는 등 당 주류도 하기 어려운 자리를 연속으로 차지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대표가 9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연혜 의원실과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권, 가짜뉴스 논란과 표현의 자유 침해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과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대표가 9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연혜 의원실과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정권, 가짜뉴스 논란과 표현의 자유 침해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과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 지도부를 포함한 주류 측에서 김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을 당혹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한 한국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문을 보니 토를 달기 어려운 내용들뿐"이라며 "그래서 당 지도부는 더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황 대표에게 기자회견 전에 통보했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임박한 시점에 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보수통합 추진을 선언한 마당에 김 의원이 그의 퇴진까지 거론하고 나온 배경을 두고 유 의원과의 관계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의원은 유 의원과 새누리당 동반 탈당을 결행하기도 했다. 이날 불출마 선언에서도 "(2016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동료들에 의하여 난도질을 당하고 물리고 뜯겼다. 그런데 저는 회의 막바지에 소극적인 반론을 펴는데 그쳤다. 후회한다. 비겁했다"고 했다. 이날 불출마 선언이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을 아는 사람들은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고집이 강하기로 소문난 유승민 의원 못지 않게 고집과 소신이 강한 사람"이라며 "보수통합을 둘러싼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금의 한국당으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자기를 던진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초선 의원 시절인 18대 국회 때 장인인 한승수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로 입각해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비주류 노선을 걸었다. 그런 그는 당시 주류 측의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는 게 정가에 정설처럼 퍼져 있다. 작년 1월 한국당에 복당할 때도 유 의원은 "김 의원의 불가피한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김 의원과 정치적으로는 각자 길을 가기로 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 의원의 측근은 "김 의원은 당이 바뀐다고 말만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당신이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그나마 과거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도 내년 총선을 다시 준비하고, 당은 재탕 불출마 선언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며 "당이 회복할 수 있는 몇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헛발질을 했고 이제는 더 이상 구제불능이다 판단해 자기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황 대표의 리더십으로도 보수를 재건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평소 "보수(保守)는 자기개혁을 내장해야 하고 자기 개혁이 없으면 수구(守舊)"라는 소신을 밝혀왔다.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의원은 기본소득제, 로봇세 도입 등 기존 보수정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여러 정책적 고민을 해왔고 네트워크 정당 등 정당 조직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며 "무엇보다 한국당 중진 의원들의 권력집착적 이기적 행태로는 보수 변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당 해체를 주장한 것 같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당을 위한 충성된 뜻, 충의(忠義)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이날 자신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황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의 불출마를 나쁘게만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김 의원의 불출마가 당의 체질 개선에 어떻게든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적거리고 있는 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황 대표 퇴진까지 요구한 데 대해서는 "당대표를 포함해 의원 전체가 퇴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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