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끼로 제 발등 찍은 '지소미아 패착'

조선일보
입력 2019.11.16 03:18

미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은 전시(戰時)에 한·미·일이 효과적·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중요하다"며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도록 (한국에) 촉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 관계 갈등으로 득을 보는 곳은 중국·북한"이라고도 했다. 지소미아가 한·일 간 문제를 넘어 미국의 안보 이익과 직결된 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정부에 '지소미아를 유지하라'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 8월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은 예상을 넘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조율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기까지 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이 다가오자 "한국이 종료를 강행하면 가장 강한 수준의 문재인 정부 비판 성명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했다.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미 국무부가 "도움 안 된다"고 문제 삼는 전례 없는 일도 있었다. 한·미 동맹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 몇 달 새 쏟아졌다. 지소미아 파기 카드에 일본은 꿈쩍도 안 하고 한·미 신뢰에만 금이 가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외교·국방부는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반일(反日) 카드로 조국에 대한 시선을 돌리겠다고 파기를 밀어붙였다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정작 파장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지자 종료 철회 명분을 찾기 위해 뒤늦게 일본에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대통령이 국제회의장에서 일본 총리 손을 이끌어 10분간 소파에 앉혀놓고 안보실장이 그 사진을 찍어 "대화했다"고 홍보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양해 없이 사진을 촬영해 공개했다"고 한다. 국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죽창가' 부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 없어졌다. 도끼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 국방장관에게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이미 패착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우기는 것이다. 미국은 격분하는데 안보실장은 "한·미 동맹과 전혀 관계없다"고 한다. 무엇을 더 기대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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