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순위는 고이즈미 신지로... 포스트 아베가 달린다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입력 2019.11.17 10:00 | 수정 2019.11.17 10:11

[주간조선]

 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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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포스트 아베’는 최장수 총리 기록에 이어지는 핫 뉴스다. ‘아베 1강’ 자민당이라고 하지만 영원한 불로초는 없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정치가도 많다. 일본 정치의 특징이지만, 일찍부터 후계자를 키운다. 차기, 차차기, 차차차기 정도는 대략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안정감은 일본 정치의 최대 덕목이다. 후계자 조건은 총리에 대한 충성+개인적 실력이다.

한국과 같은 대통령중심제의 경우 당의 가치나 의미가 약하다. 대통령을 위한 당일 뿐, 당이 ‘감히’ 대통령에 대들기가 어렵다. 일본은 반대다. 총리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자민당 내부 의견도 중요하다. 현직 총리와 척을 진 정치가라면, 자민당 내 지지세력을 규합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총재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총리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내부 단속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야쿠자가 보여주는 ‘일편단심 충성’은 한국에서 흔히 오해하는 일본의 이미지 중 하나다. 일본만큼 하극상이 빈발하는 나라도 드물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하극상이 벌어진다. 약할 때는 엎드리지만, 상대를 무너뜨릴 만한 힘이 생기는 순간 그대로 뒤엎는다. 당하지 않으려면 실력과 조직관리가 관건이다.

포스트 아베 영순위 후보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다. 1981년생, 올해 38살의 정치가다. ‘헨진(変人·괴짜)’으로 통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이다. 수려한 외모와 핵심을 찌르는 짧은 연설, 워싱턴에서 터득한 국제감각과 영어가 특기다. 물론 젊음은 최대 무기다. 지난 9월 11일 개각에서 환경성 장관에 올라 화제가 됐다. 전후 일본 정치 사상 세 번째로 젊은 장관이다.

고이즈미는 자타가 공인하는 포스트 아베의 핵이다. 장관에 발탁되기 한 달 전인 지난 8월 7일 일본 열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인기 여성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滝川クリステル)과의 결혼 발표는 총리 진군 폭죽으로 풀이됐다. 이미 임신한 4살 연상 여인과의 결혼이었지만, 발표 장소가 총리관저였다는 점에서 한층 더 화제가 됐다. 의도적으로 아베를 만나 결혼 소식을 전한 뒤 기자회견 방식으로 결혼을 공표했다. 총리관저까지 가서 결혼 발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본 정치, 아니 일반 상식으로 볼 때 너무도 이례적이었다. 비난도 많았지만, 총리로 나서기 위한 기반 다지기로 국민 앞에서 결혼 발표를 했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글로벌 환경 문제는 일본이 주도하고 주목하는 최대 현안이다. 일본 내에서의 정책순위로 봐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어에 능통한 고이즈미는 이미 유엔 회의를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의 정책 토의와 기자회견을 야외에서 개최하는 등, 환경장관으로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설익고 과장된 거품정치가란 평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포스트 아베 총리감이다. 당내에서는 아베를 적극 따르는 충성파도, 아베를 비난하는 반대파도 아닌 ‘회색정치가’로 분류된다. 아무리 늦어도 40대에 집권할 것이 확실시되는 정치가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1)는 아베 체제에서 찬밥 신세인 비주류의 대표주자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에 맞서 결선까지 올라갔던, 중의원 11선 당선을 자랑하는 관록의 정치가다. 총리 아베가 결정적인 실정을 할 경우 곧바로 치고 나갈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보도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소미아 폐기 문제를 일본 책임론으로 연결시키는 정치가다. 그러나 발언 배경을 보면 한국을 위한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베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일본 책임론이란 말을 꺼냈을 뿐이다. 헌법 9조의 완전한 개정, 군사력 증강에 기초한 ‘강한 일본’이 이시바의 평소 지론이다.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것은 물론, 아베 내각에서 지방창생성 장관으로 일했지만 지난 9월 내각 개편에서 자리를 잃었다. 반(反)아베 세력의 희망이긴 하지만, 아베가 크게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포스트 아베로 올라서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올라서기는 어려워도 잊히기는 쉽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1)도 포스트 아베에 나설 수 있는 인물이다. 중의원 9선 의원으로, 원래는 반아베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었지만 아베 내각에서 외무성 장관·방위성 장관을 맡으면서 반아베 노선에서 탈피했다. 적극적으로 친아베로 나서지는 않지만, 반아베 목소리는 확 줄였다. 지난 9월 내각 개편에서 빠졌지만, 재빨리 헌법 개정 포럼을 만들어 아베 지지 활동에 들어갔다. 아베의 차기 정책 핵심이 헌법 개정에 있는 만큼 ‘딜(Deal)거리’를 미리 만들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따라서 아베를 지지하는 포럼이 아니라, 아베를 견제하는 조직이 된다. 헌법 개정 반대파도 불러 포럼의 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가토 가스노부(加藤勝信·63)와 고노 다로(河野太郎·55) 두 사람은 독자적 실력보다는 아베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포스트 아베군으로 꼽힌다. 지난 9월 개각에서 각각 후생성 장관과 방위성 장관에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친아베의 핵심으로, 포스트 아베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아베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외무성 장관 시절 고노 다로가 한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한 것도 아베로부터 점수를 따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다. 방위성 장관에 올라선 이상 고노 다로의 반한(反韓) 발언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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