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고대' 조려대냐... "조국 딸 입학취소 않겠다" 방침에 고려대생 반발

입력 2019.11.15 17:11 | 수정 2019.11.16 11:39

고려대 "공소사실에 없어 ‘입학 취소’ 안한다"더니
학생들, 각계 반발하자 "추가검토 필요하다" 선회
檢 "공소시효 끝나 뺏을 뿐 허위스펙 고대도 쓰여"
법조계 "입학 취소 하기 싫어 공소사실 이유드는 듯"
졸업생 "대학발전기금 납부 거부 운동" 목소리도

지난 9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재학생 등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조 장관 딸의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네 번째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재학생 등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조 장관 딸의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네 번째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위·위조 스펙’을 각종 입시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28)씨에 대해 고려대 측이 입학 취소 방침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 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씨 합격 취소 시위를 열자", "졸업생의 발전기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조씨는 2010학년도 이 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해 2014년 2월 졸업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대학 입시에도 단국대 의대 체험활동 증명서 등 허위·위조 서류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고려대 입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검찰은 정경심(57)씨의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학 측은 1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에 조씨의 입학 취소 여부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in Cho고대’ ‘조려대’ 등 비난·조롱 잇따라…"시위열자" 제안도
15일 고려대 재학생 및 동문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조씨의 입시비리 논란에 대한 고려대 측의 입장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지난 11일 조민씨의 어머니 정씨의 공소장이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관련 글만 40여 건이 올라왔다.

"스펙 조작으로 입학한 것 걸려도 졸업해 버리면 세이프" "서로 자기 자식들 부정 입학 시키기라도 했나. 뭐 걸릴까 봐 계속 몸사리나. 정말 별 생각이 다 든다" "부끄럽다. 입시 문서 위조업체나 차려야겠다" "고대 내에서 자체 조사해서 자체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등의 글이 주를 이뤘다. 몇몇은 "정유라는 ‘진짜’ 메달이라도 따고 입학했는데 이화여대보다도 못하다"고도 했다.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조어를 통한 풍자도 쏟아졌다. "‘민족 고대’인지, ‘민초(Min Cho·조민)고대’인지" "曺國(조국)을 사랑하는 학교라는 의미에서 ‘조국 고대’로 바꾸는 건 어떨지" "안암캠퍼스가 ‘조려대’(조민과 고려대의 합성어) 소리 듣는 데 반박을 못했다" 등의 내용이다.

조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학생은 ‘고대와 인재발굴처에 대한 단상 그리고 조민 합격 취소 시위 건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사태에 관해 고려대 인재발굴처의 입장 재고 및 공식발표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고자 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민 합격 취소 시위를 준비해 장소와 날짜를 게재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대로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면 고대생은 다 위조 비리 조작으로 입학해서 할 말이 없다고밖에 안 보일 것 같다"며 "너무 치욕스럽다"고 썼다.

졸업생 사이에선 학교의 발전기금(기부금)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 졸업생은 "졸업생 발전기금 1위 고대 졸업생들, 한 번 (학교와 졸업생 중)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했다. 이에 대해 "학교가 영원히 어긋난 방향으로 간다면 영원히 안 내는 게 맞는다. 그게 발전기금의 취지다" "고대 발전기금 납부 거부운동 들어간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고파스 한 이용자는 "서슬 퍼런 전두환 시절에도 자존심 꼿꼿이 세운 학교가 고려대인데 정 총장과 보직 교수들은 학교의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해 사죄하고 깨끗하게 물러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입학 취소 처분과 정경심 공소사실은 별개...高大 하기싫은 듯"
검찰은 지난 11일 조 전 장관의 아내 정씨의 공소장에서 딸 조민씨를 입시비리 범죄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조씨는 고려대 입시 때 허위·위조 스펙 3개를 제출해 최종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단국대 의대 체험활동 증명서와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등재, 공주대 인턴활동 기록과 국제학회 발표 논문 초록 제3저자 등재,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확인서 등이다.

그러나 고려대 측은 정씨가 기소된 직후 언론에 "조 전 장관 딸의 입학 취소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이는 정씨의 공소장에 고려대 학부 입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입학 취소 방침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고려대 학생들은 물론 학계와 정가(政街), 법조계 등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대학 측은 15일 다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지에 밝혔다. 그러면서 "(정씨의) 공소내용에 고려대 학부 입시 관련 사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소사실에 고려대 입시 건이 빠진 이유는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지 허위·위조 스펙이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조 전 장관의 딸이 고교시절 했던 인턴활동 경력 등은 위조 혹은 부풀려졌고, 이는 생활기록부 등을 통해 고려대 입시에도 쓰였다"고 말했다.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입학 취소는 대학 측의 행정 처분 사항이지, 정씨의 공소사실과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시효 만료로 공소사실에서 빠진 것은 입학 취소 처분 이유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고려대 측이 입학 취소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에둘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대 측은 지난 8월 단국대 의대 논문 제1저자 논란이 불거지자 "논문 작성 과정 등에 하자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씨에 대한 조사 절차에 돌입 후 입학 취소도 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9월 대한 병리학회가 막상 해당 논문을 취소하자 고려대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다가 지난 11일 정씨의 공소사실에 ‘고려대 입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자 이 부분을 강조하며 조씨에 대한 입학 취소 방침이 없는 것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논란이 되자 다시 "추가 검토"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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