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 사이에 무슨 일이?… 은은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재회 여행' 외

입력 2019.11.16 03:00

[아무튼, 주말- saturday's pick]

[아무튼, 주말- saturday's pick]
영화 | 윤희에게

"엄마 코트 예쁘다. 평소에도 좀 그렇게 하고 다녀." 패딩을 껴입고 목도리를 칭칭 감은 딸은 엄마가 코트 한 벌로 한겨울 북해도를 여행하는 이유를 빤히 알고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짓궂게 말을 건넨다. 애틋한 첫사랑을 '우연히' 마주칠 계획이라면 북해도의 추위쯤은 코트로 버텨야 한다는 걸 딸도, 관객도 안다.

배우 김희애가 여성 퀴어물의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가 개봉했다. 윤희(김희애)는 20년 전 이루지 못한 옛사랑의 추억을 안고 일본 오타루로 떠난다. 엄마의 옛 여자 친구가 보낸 손 편지를 몰래 읽은 딸 새봄(김소혜)이 여행을 계획했다. 윤희는 딸의 속셈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여행에 따라나선다.

쉽게 말하지 않고 선뜻 보여주지 않는 비밀스러운 영화다. 그래서 아름답고 아프지만 또 한편으론 답답하다. 서로 사랑했던 사이라면서, 그토록 보고파 했다면서, 왜 눈만 마주치고 한없이 걷기만 하는 걸까. 벽장 속에 꼭꼭 숨어 쉽사리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법을 배워서일까. 영화 끝에 가서야 윤희가 입을 뗀다. 부모에게 둘 사이를 들켜 정신병원에 다녔고, 오빠가 소개해 준 남자를 만나 쫓기듯이 결혼했다고. 그 시절엔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고.

윤희와 그의 연인 쥰(나카무라 유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관객은 지레짐작할 뿐이다. 흔하디흔한 회상 장면도 없다. 퇴근 후 길가에서 가만히 담배를 피우는 윤희의 모습에서 관객은 지독한 외로움을 읽는다. 끝내 재회한 윤희와 쥰의 시선에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시간의 흔적을 더듬고 여백을 곱씹으며 음미할 수 있는 관객에겐 은은하고 아름다운 영화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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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 서울시향 환상 교향곡

"사랑에 빠진 젊은 예술가가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한 채 아편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환각 상태에 빠져들고, 꿈에 그리던 연인을 본다." 1830년 '환상 교향곡'을 끝낸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악보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사랑에 빠진 젊은 예술가'는 베를리오즈 자신. 실제 그는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영국 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반해 있었다. 뜨겁게 구애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했고 상처 입었다. 그의 죽음 150주기를 맞아 롯데콘서트홀은 16일 오후 5시 서울시향(지휘 루도빅 몰로) 연주로 '환상 교향곡'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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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놀이로 '방 탈출'이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밀폐된 방에서 탈출하는 것이 목적. 죄수의 탈옥 등 상황에 맞는 이야기가 주어지고, 방을 나가기 위해선 추리를 통해 퀴즈를 풀어야 한다. 단서를 얻기 위해 때론 몸을 쓴다. '범인은 바로 너'는 눈으로만 보는데도 직접 방 탈출하는 듯한 쾌감을 준다. 그 규모와 정교함이라니. 실제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예삿일, 탈출해야 하는 건 단순한 '방'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1년여 만에 시즌 2가 돌아왔다. 유재석을 필두로 한 멤버들은 더 좋아진 케미와 추리력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분량도 시즌 1보다 20분 정도 짧아졌다. 진짜가 아닌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범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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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인테리어즈

영국 스코틀랜드의 극단 '배니싱 포인트'가 2009년 에든버러 초연 후 1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기에 출신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인테리어'(1894)를 새롭게 해석했다.

무대 위 집 안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는 형식인 연극 '인테리어즈'는 관찰자의 시점과 목소리를 빌려 집 내부의 소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어느 겨울날, 아늑한 불빛이 감도는 외딴집에서 친구들이 벌이는 즐거운 파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행복하게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액자식 무대 구성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7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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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 록밴드 피아(Pia)

20여 년간 활동해온 5인조 록밴드 피아(Pia)가 해체 전 마지막 콘서트를 연다. '소용돌이' '원숭이' 같은 노래로 잘 알려진 피아는 1998년 데뷔 당시부터 헤비한 기타 반주와 광기 어린 멜로디, 냉소적 음색의 보컬로 인디 음악계에서 선풍적 인기였다. 부산에서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엔 서태지 눈에 들어 '서태지가 사랑한 밴드'로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음악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국내 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대표하는 밴드로 성장했다. 2004년 세계적 록밴드 링킨파크의 아시아 투어에도 함께했다. 이번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멤버 각자의 길을 갈 예정이다. 16일 오후 7시, 서울 이촌동 노들섬 라이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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