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1.9 對 2.0' 미친 싸움

조선일보
입력 2019.11.15 03:15

천재 경제학자 케인스는 불황기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상은 "재무부가 빈 병에 지폐를 가득 채워 폐광에 묻어두고, 기업으로 하여금 그걸 다시 파내도록 하면 실업은 없어질 것이다"라는 말에 잘 녹아 있다. 정부가 세금 1원을 풀면 돈이 돌고 돌아 민간 소비가 2~3원 촉진된다는 '재정 승수효과'는 케인스 경제학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잃어버린 20년' 늪에서 탈출하려고 '재정 풀기' 카드를 동원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만엔(21만원)씩 상품권까지 나눠줬다. 하지만 사채업자와 야쿠자 배만 불렸다.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국민이 상품권을 소비에 쓰지 않고 사채시장에서 할인받아 은행에 저축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재정 풀기 정책은 일본을 세계 1위 부채 국가로 만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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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선택 이론으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은 정치인들을 '권력 유지에 혈안인 이기적 존재'로 봤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규제'와 '지대'를 고안하기 때문에, 정부는 나날이 비대해지고 재정 적자는 계속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의 폭주를 막으려면 헌법에 준하는 규약을 만들어 '균형예산'을 강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에는 뷰캐넌의 철학을 계승하는 듯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 채무 비율이 마지노선인 40%를 넘었다.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말을 180도 바꿨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국가 채무 비율 40%의 근거가 뭐냐"면서 기획재정부에 재정지출 확대를 재촉했다. 영혼 없는 관료들은 곳간지기 의무를 망각한 채 국가 부채 1000조원을 앞당기는 '울트라 수퍼 예산'을 편성했다.

▶이 모든 것은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몸부림 때문이라고 한다. 성장률 1.9%와 2.0%는 경제적으로는 0.1%포인트 차이지만 정치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경제 실정을 변명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2%를 만들려고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면 썩는다"면서 지자체에 세금을 남기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윽박지른다. 국민 세금을 아껴 쓰면 벌을 주겠다니 세계 역사에 전무후무할 정권이다. 별 차이도 없는 1.9와 2.0이 이 정권에서 '미친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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