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부산시의 '유로딴불'

입력 2019.11.15 03:13

박주영 부산취재본부장
박주영 부산취재본부장

한국 제2도시, 부산의 시청이 요즘 어수선하다. 유재수 경제부시장 탓이다. 유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업체 4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사표를 냈다. 부산시는 유 부시장 사표 직후 "의혹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사표 수리를 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입장을 냈다. 이후 시 상층부는 고요하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 4일 유 부시장이 재직 당시 처리한 업무자료·보고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서울청사 안 금감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유 부시장을 출국금지시킨 사실이 최근 알려지는 등 유 부시장과 관련된 '비위 의혹 상황'은 이후 더 급박하게 돌아갔다. 사표 이후 2주간 부산시청 내부와 주변에선 온갖 소문, 추측들이 나돌았다. "업무가 되겠나? 산송장과 다름없지." "검찰 조사에 대비해 서울로 가 출근 안 한다던데."….

시정(市政)의 작동, 흐름도 곳곳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 서울본부는 다음 달 10일로 예정됐던 경제부시장 주관의 '재경 부산 인사 송년의 밤'을 취소한다고 최근 해당 인사들에게 알렸다. 외부적으론 '내부 사정상'이지만 사실상 '유 경제부시장 사태'가 취소 이유다.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일자리경제 등 2개 실과 미래산업·성장전략 등 7개국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 이 업무들은 시민 생활과 직결되고 그 양도 막대한 분야들이다. 연봉도 1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유 부시장은 지난 2주 동안 토·일요일을 제외한 열흘 중 2일간 휴가, 3일간 서울 출장을 다녀왔다. 출근한 5일 동안도 대외 활동은 않고 집무실에만 있었다. 사실상 '업무 정지' 상태에 가깝다. 또 내년 예산을 짜고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가 하면 연말 정기 인사도 단행해야 하는 등 당면한 부산시의 현안들은 태산처럼 쌓여 있다. 따라서 이대로 가다간 경제부시장 개인이나 자리뿐만 아니라 시정 전체가 공백, 혼돈 상태에 빠질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요 며칠 사이 시청 내부나 주변에선 "(유 부시장이) '나를 지켜달라'고 시 측에 부탁했다고 한다" "사실상 부산시가 비호해주는 것" 등의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낡은 과거와의 단절 위한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101층짜리 엘시티 관련, 3~5년간 명절 선물로 갈비를 3~7차례 받은 현직 간부는 사표 등 징계를 주고, 퇴직 간부들에겐 공공기관 전직 불허 등 불이익을 줬던 부산시의 추상같은 엄정함이 유 부시장에겐 너무 관대하고 우호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로딴불(유재수 경제부시장은 로맨스, 딴 사람은 불륜)'인 셈이다. '유로딴불'로 가면 시정은 침몰하고 시 조직도 무너진다. 오거돈 시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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