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나왔어요" 수능 寒波도 이겨낸 수능 응원전

  • 기동팀
입력 2019.11.14 09:37 | 수정 2019.11.14 10:45

서울, 올가을 첫 영하권으로 5년 만의 수능 한파
추위에도 서울 곳곳에서 수험생 위한 응원 활발
부모들은 수험생 자녀보다 긴장…눈물 흘리기도

"너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 "펜이 가는 곳이 정답이어라." "수능!!! 순응하소서!!!"

14일 오전 6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지와 답안지를 실은 하얀색 트럭이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서울 서초구 서초고 정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54만 8734명이 지원한 올해 수능은 이날 전국 86개 시험지구, 118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수능은 오전 8시 40분 1교시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한국사·탐구,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순으로 진행된다. 5교시까지 보는 수험생을 기준으로 오후 5시 40분에 끝난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서 재학생들이 수험생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시험장 앞에서 재학생들이 수험생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수험생은 오전 8시 10분까지 시험장에 입실해야 한다. 1교시 국어영역을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도 마찬가지로 입실해 대기 장소에서 기다려야 한다.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3도로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5년 만에 찾아온 수능 한파로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 온도는 영하 6도 안팎까지 내려갔다.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 한파에 맞선 응원전…서로 챙겨주며 "날씨 좋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입실 마감 2시간여 전인 오전 6시부터 서울 중구 이화외고 앞은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으로 활기를 띠었다.

보성여고 학생 20여 명은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보성! 보성! 진실 사랑 거룩!"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수능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는 학생들은 ‘수고했어. 너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 ‘보인다 너의 성공할 미래’ 등이라고 쓴 피켓 등을 손에 들고 열심히 흔들었다. 추위에 서로 귀마개를 해주며 서로 챙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백재원 보성여고 학생회장은 "이렇게 응원하면 선배들의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제가 수능 볼 때도 후배들이 이렇게 열심히 응원해주면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성여고 학생들 맞은 편에는 덕성여고 학생 20여 명도 자리를 잡고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우서연 덕성여고 응원단장은 "우리의 응원을 통해 선배들이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을 응원 중인 보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이은영 기자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을 응원 중인 보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이은영 기자
서초고로 응원을 나온 중동고 학생들은 "중동고 선배님, 수능 대박나십시오"라며 거수 경례를 했다. 그러자 수능을 보는 선배들은 같은 거수 경례로 "후배들아 고맙다"며 인사했다. 또 중동고 학생들은 수험생들에게 초콜릿과 젤리가 담긴 간식을 선물로 나눠줬다.

김승영 중동고 학생회장은 "수능 응원방식은 오랜 전통, 날도 추운데 선배님들이 시험 잘 봤으면하는 마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핫팩을 손에 쥔 채 코를 훌쩍이면서도 "춥지 않다, 날씨 좋네"라고 서로에게 말하기도 했다.

14일 서울 서초고 앞에서 중동고 응원단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보는 선배 수험생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14일 서울 서초고 앞에서 중동고 응원단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보는 선배 수험생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용산고로 응원을 나온 경복고 학생들 10여 명은 "쭈알레기 쭈알레기 쭈쭈쭈! 빠세기! 빠빠빠!"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복고 2학년인 장세욱군은 "다른 학교를 기선 제압하고 좋은 자리를 맡아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 4시에 나왔다"면서 "뜻은 모르지만 흥을 돋우기 위해 매년 내려오는 학교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녀보다 내가 더 긴장…제 실력만 발휘했으면"
학부모들은 수험생인 자녀들을 응원하면서도 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봤다. 고사장의 출입문이 닫혀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며, 기도를 하는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로 수험생 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 안석철(53)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비쳤다. "딸이 고생한만큼 시험을 잘보길 바랄 뿐입니다. 딸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시험장에 나올 준비를 했는데, 여기까지가 아빠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시험장 안에서는 이제 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도와줄 수 있는게 없지만, 딸이 긴장하지 않고 평소 실력처럼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딸을 끌어 안고 격려해주고 있다. /이은영 기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외고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딸을 끌어 안고 격려해주고 있다. /이은영 기자
구로고 학부모 엄미화(42)씨는 "첫째가 수험생이라 처음 겪는 수능에 나도 얼떨떨하다"면서 "떨려서 잠을 두시간 밖에 못 자고 도시락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 학부모도 있었다. 용산고에서 시험을 보는 수험생 학부모 이모(50)씨는 고사장으로 자녀를 보내는 기분을 묻는 기자에게 "수험장에 저는 못 들어가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차는 막 들어가던데, 들어가는 곳까지 따라가고 싶다"며 "혼자 보내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이화외고 수험생 학부모 윤성운(47)씨는 수험생 자녀가 시험장으로 걸어들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윤씨는 "딸이 '단원평가 보듯 침착하게 보겠다'고 말하고 갔다. 원래 아침밥을 안 먹어서 오늘도 빈속으로 보냈다"라며 "지난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서, 그날 먹었던 반찬으로 오늘 점심 도시락을 싸줬다. 충분히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 엄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양범수 기자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 엄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양범수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