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지난 2년 반은 넘어야 할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전환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절반(11월 9일)을 지난 이후 처음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全)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자평(自評)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날 "지난 2년 반은 대전환, 남은 2년 반은 도약 시기"라고 평가한 것과 일맥상통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경기 침체, 고용 악화와 양극화 심화, 남북 관계와 미·중·일 외교 악화 등 어려운 상황에 대한 자성(自省)보다는 성과 홍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나온 임기 절반을 '전환' 시기로 규정하면서, 남은 임기 2년 반도 현재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 경제를 사람 중심 경제로 전환해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작용을 낳은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한반도 정세의 기적 같은 변화도 만들어냈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질서로 대전환하는 중대한 역사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외교 다변화로 지평을 넓혔고, 신남방, 신북방으로 협력과 경제 영역을 확장했다"고 했다. 대일(對日) 관계에 대해서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가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경제·외교·안보 현실을 외면한 자화자찬" "실패한 정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어떤 분은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어떤 분은 성과가 있다고 평가한다"며 "하지만 일관성 없이 갈지(之)자 행보를 하는 것이 가장 안 좋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국 사태' 이후 국회 시정연설 등을 통해 국정 기조로 제시했던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한 이후 격화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전환 과정에서 논란도 많았고 현실적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며 "국민께 드린 불편함이나 고통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거의 익숙함과 결별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고 했다. 정책이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지층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는 비판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독선'과 '불통(不通)' 비판을 의식한 듯 "앞으로 남은 절반의 임기, 국민께 더 낮고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며 "더욱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기적 같은 변화도 시작에 불과하다"며 "많은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에게 다른 선택 여지는 없다"고 했다. '대북 저자세' 비판에도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었다.
문 대통령은 또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임기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