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돈업계 피해 최소화하는 ASF 대책 있다

조선일보
  •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입력 2019.11.12 03:13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지 두 달이 가까워지는데도 ASF가 어떻게 유입됐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는 지난 3월부터 북한 지역에서 창궐한 ASF가 비무장지대(DMZ) 주위 멧돼지에게 옮으면서 연천, 김포, 강화, 파주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제11차 유럽수의학회에서는 지난해 벨기에가 멧돼지에게서 발견된 ASF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했는지에 대한 사례 발표가 있었다. 작년 9월 9일 벨기에는 멧돼지 3마리에게서 ASF가 발견되자 인근의 허약한 멧돼지들을 우선 제거하고, 9월 13일 범정부 차원의 긴급 회의를 거쳐 ASF가 발생한 장소를 중심으로 약 1800만평 전체를 감염 지역, 위험 지역, 경계 지역으로 세분했다. 이어 9월 26일부터 10월 3일까지 감염 지역과 위험 지역에서 총 2730마리의 멧돼지를 안락사시켰다. 이 중 809마리에게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벨기에 정부는 멧돼지를 제거하는 방법도 자세히 밝혔는데 야간 사냥이나 사냥개를 이용한 몰이식 사냥은 금지하고, 저격병들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 빠른 대처는 해당 지역에 있었던 67개 양돈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5000여 마리는 전혀 안락사시키지 않으면서, ASF 바이러스가 양돈장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했다. 벨기에는 법정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 국가와 지자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미 세부적 준비가 돼 있었으며, 실제 ASF가 발생하자 정해진 대응 방법대로 실행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2011년 구제역으로 330만 마리 이상 돼지가 살처분되는 대재앙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ASF 대응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으로 분산돼 방역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즉흥적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유럽식품안전국(EFSA)은 ASF의 주요 감염원으로 멧돼지와 잔반 사료를 꼽고, 감염 원인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과학적 검증 자료를 내놓았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여전히 멧돼지가 주요 감염원이 아니라는 엉뚱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민통선 지역 멧돼지에게서 꾸준하게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돈협회와 강원대 박선일 교수팀의 멧돼지 이동 행태 연구에 의하면,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의 멧돼지들은 동서로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발달된 자동차 도로나 영동고속도로 같은 물리적 장벽을 멧돼지들이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부가 이미 파주와 고성 간 방역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으므로, 동서 간 방역 울타리 내에 남북 간 울타리를 두 곳만 추가로 설치해 멧돼지의 이동을 억제한다면 ASF 확산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멧돼지를 안락사시키는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겨울이 되면 육식성 맹금류나 겨울 철새들이 북쪽에서 민통선을 넘어 남하하므로 11월이 지나기 전에 신속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이번에 ASF 발생으로 키우던 돼지들을 안락사시킨 양돈장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임금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멧돼지보다 전국적으로 ASF가 전파될 위험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ASF 발생과 관련된 지역인 연천, 김포, 강화, 파주 지역 양돈장에 근무했던 근로자들에게 3개월 정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서라도 이들이 전국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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