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 생동감 더한 조성진

  • 뉴시스
입력 2019.11.11 13:56


                야니크 네제 세갱
야니크 네제 세갱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음악에 생동감이 영원히 구금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아홉 번째 내한공연.

2부에 들려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공기 같은 현의 차진 소리, 기분 좋은 바람 조각 같은 관악 소리가 생기 있게 조화를 이루며 춤을 추는 듯했다. 곡 전반에 숨어 있는 건강미의 정령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그 박진감이 '신세계의 소리 풍경'을 보여줬다.

단원들 저마다 연주력이 대단했지만 이를 생생하게 한데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감독 야니크 네제 세갱(44)의 에너지 덕이 크다. 총총걸음으로 무대 위로 나온 그는 커튼콜 때 호연한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는 장면에서도 근엄한 다른 지휘자들과 달리 그들 근처로 직접 갔다. 내내 밝은 표정의 네제 세갱이 든 지휘봉에서는 온기가 묻어나왔다.

"감사합니다"라고 우리말로 외친 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으로 있는 한국인 연주자 장중진에게 통역을 부탁, 감사한 마음을 더 전했다.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 등에서 삽입돼 익숙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앙코르로 들려주며 오케스트라의 다앵한 색깔을 선보였다.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25)도 1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윤기를 더했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는 '청년' 라흐마니노프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 발표된 이후 약 10년 뒤 개정을 거쳤지만, 생동하는 청춘의 기운이 물씬 머금어 있다.

의젓한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은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에는 약동하는 기운과 세련됨이 적절하게 배합돼 있었다. 때론 부드럽게 음표를 어루만지고 때론 강렬하게 음표를 흔들어 깨우면서, 곡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절정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겨울이 다가왔지만 공연장 내에서는 생기로움이 호출됐다. 계절을 배반하는 기운에 질투한 날씨가 공연이 끝날 때쯤 폭우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미 만개한 음표의 아우성이 내뿜는 열기까지 식히지 못했다. 조성진의 앙코르는 쇼팽의 녹턴 2번.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 없이 이름 석자만으로 자신을 증명하게 된 조성진의 쇼팽은 언제 들어도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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