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주52시간… 쏟아낸 친노동정책, 돌아온 건 일자리 참사

입력 2019.11.09 03:55

[반환점 도는 文정부] [5] 민노총에 끌려다는 노동정책
민노총 '촛불청구서'에… 前정부의 '노동유연화 양대 지침' 폐기
文대통령 비정규직 제로 선언, 해직자 노조가입 허용 입법 추진
"정부, 민노총에 꺼낼 카드 거의 안 남아… 민노총, 더 각 세울 듯"

2017년 9월 25일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저(低)성과자 해고를 쉽게 했던 '양대(兩大)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문 정부는 각종 친(親)노동, 친민노총 정책을 쏟아냈다.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며 3년간 최저임금을 33% 올리고, 비정규직 '제로(0)'를 만들겠다며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였다. 주 52시간제도 전면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었고, '일자리 우선'이라는 선의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 만들기를 훼방 놓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해 11월 21일 민주노총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 52시간제 완화를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것 등을 반대하면서 총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민주노총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 52시간제 완화를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것 등을 반대하면서 총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종찬 기자
◇고용 유연성 노동 개혁 폐기

박근혜 정부가 만들었던 양대 지침은 성과가 부족한 근로자가 교육을 받고, 직무를 바꿔서도 성과가 없으면 기업이 해고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도입할 때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당시 성장판이 닫힌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여력을 주는 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양대 지침을 지금까지 유지했다면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라고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지침으로 대표되는 '노동 유연화' 개혁 정책을 폐기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를 챙겨주는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대표적인 게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용역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9800여명을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흐름은 확대됐다. 지난 6월까지 공공 부문 비정규직 18만5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거나 전환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2년 반 주요 노동 정책 외
이 밖에 정부는 2017년 문 대통령 집권 후 3년 동안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한다면서 최저임금을 33%나 올렸다. 현장에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도 않은데 주 52시간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친노동 정책을 쏟아냈다. 노동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온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기 위해 노사정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앞세워 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2009년 경영 악화로 해고됐던 쌍용차 해고자 119명을 작년 9월 복직시키기도 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집권 후반기에는 (정부가) 베풀어 줄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민노총은 정부에 대해 더 각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정부 노동 정책, 일자리 참사 낳아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강행한 배경에는 현 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했다고 이른바 '촛불' 청구서를 들이미는 민노총의 요구가 깔려 있다. 민노총은 현 정부 들어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집회를 벌이고 관공서를 점거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민노총이 벌인 집회와 시위는 작년 7479건, 올 들어 10월까지 8950건으로 증가 추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연 3000건 수준에서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노동부 산하 기관 점거도 전 정부 때보다 3배나 늘었다.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노동 정책이 민노총에 끌려다니다 보니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점차 사라지고 경직적으로 변해갔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141개국 중 51위를 기록했다. 2017년 47위, 작년 48위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에 그쳐 '일자리 참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한 해 20만~30만명 늘던 취업자 숫자가 10만명에도 못 미치는 타격을 받은 것이다. 대신 '역대 최고'를 찍은 지표가 여럿 나왔다. 체감실업률인 '청년 확장실업률'은 지난 6월 24.6%로 6월 기준으론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18개월 연속 감소해 사상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고, 경제활동의 주축인 30·40대 일자리는 2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정부는 거대 노총 눈치를 보거나 이념에 휘둘리기보다는 '일자리 만들기가 최우선'이라는 정권 초기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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