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은 배에 19명이 탔고, 3명이 16명을 죽였다?

조선일보
입력 2019.11.09 03:47

北목선 살인사건 미스터리
전문가 "길이 15m 통통배 수준"
정부, 혈흔 검사않고 배 돌려보내

정부가 지난 7일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을 북으로 추방하며 소개한 '해상 살해사건'을 두고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북자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8일 이번 사건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진에서 수산무역업에 종사했던 그는 본지 통화에서 "길이 15m의 17t급 오징어잡이 배는 시속 20~30㎞의 '통통배' 수준으로 19명이나 되는 선원이 누워 자기도 어렵다"며 "이들이 2~3개월 바다에서 쓸 식수와 식량은 어디다 싣고, 잡은 오징어는 또 어디에 싣느냐"고 했다. 정부 발표대로 며칠씩 남북 군 당국의 고속 함정들을 따돌린다거나, 두 달여간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해당 목선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전날 통일부는 추방된 2명 등 총 3명이 나머지 선원 16명을 1명씩 불러 살해했다고 밝혔는데, 그런 식으로 범행이 이뤄지기엔 배가 너무 작아 보인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북한에서는 입·출항 시 보위부에서 일종의 '바다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입항 때는 해안 초소에서 선내 수색과 선원 확인 등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정부는 추방된 북한 주민 2명과 또 다른 가담자 등 3명이 범행 후 다시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고 했으나, 단속을 피해 자유롭게 북한 항구를 들락날락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해당 오징어잡이배를 북측에 인계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증거도 사라졌다. 정부 관계자는 "어선에 대해서는 육안으로 둘러보는 정도의 조사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리 당국이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를 할 경우 추후 북한이 '증거 훼손'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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