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 줘도 안낳더라… 지자체 출산지원금 3500억 쓰고도 효과 미미

입력 2019.11.09 03:00

출산지원금 가장 많이 주는 봉화군, 작년 출생아 153명… 4년째 급감

지자체 92%서 시행, 예산도 증가세
'月10만원' 아동수당과 중복 논란도

올해 경북 봉화군 소천면 면사무소에 접수된 출생신고서는 딱 2장뿐이었다. 면사무소 직원은 "그래도 작년에는 출생신고가 12건 있었는데, 올해는 1월과 3월에 각각 1건씩밖에 없었다"며 "사망신고(올해 10월까지 29건)는 매월 들어오지만 출생신고서 접수는 정말 드문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0만원의 출산지원금(첫째 아이 기준)을 주는데, 연간 출생아 수는 2014년 205명에서 지난해 153명으로 줄었다. 2018년 첫째 아이 기준 출산지원금을 47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늘렸지만, 출생아 수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개월간 인구 3만2300명 봉화군에서 출생신고가 된 아이는 118명에 불과하다. 이번 달과 다음 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153명)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지원금 상위 10위 지자체
전국 지자체의 92%가 봉화군처럼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자체 중 224개 지자체가 출산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지자체들의 출산지원금 사업에만 3478억원이 들어간다.

◇지자체 저출산 예산 39%가 출산지원금

전국 지자체의 출산지원금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3478억원)도 지난해보다 643억원 늘어나 전체 지자체 저출산 예산(8993억원)의 39%를 차지한다. 8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최도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첫째 아이만 낳아도 500만원 이상의 출산지원금을 주는 지자체가 봉화군을 포함해 7곳이나 된다. 봉화군에서 둘째 아이를 낳으면 1000만원, 셋째 아이는 1600만원, 넷째 아이를 낳으면 1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데도 봉화군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한 달에 12명 남짓에 그친다. 엄태항 봉화군수는 "이렇게 출산지원금을 주지 않았더라면 출산율, 출생아 수가 더 감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봉화군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수백만~수천만원 받자고 아이를 더 낳겠나"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5년간 지급되는 출산지원금도 있어

지자체들의 출산지원금 제도가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과 사실상 중복된다는 점도 문제다. 복지부는 "아동수당은 양육의 경제적 부담 경감, 건강한 성장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장기간(84개월) 지급되는 것이고, 지자체 출산지원금은 비교적 짧은 기간 지급되는 것이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봉화군의 출산지원금은 60개월 동안 나눠서 지급되는데, 84개월 동안 지급되는 아동수당과 외형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현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졌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수준인데, 올해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더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7~2018명 30만명대를 유지했던 연간 출생아 수도 올해 20만명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아동수당·출산장려금 같은 현금 지원은 중앙정부가 통합해서 맡고, 지자체는 어린이집 신설, 산부인과나 소아과 지원 등에 주력하는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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