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美의 두 기류… 지소미아는 한국 실수, 방위비는 트럼프 억지

조선일보
입력 2019.11.09 03:01

- 한국 향한 워싱턴의 목소리
"미국의 안보 정면으로 건드려… 지소미아 복귀해야" 이구동성
"터무니없는 증액 요구 말도 안돼… 한국 영리하게 버텨라" 동정론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은 끔찍한 실수다."(트럼프 정부 관리)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는 말도 안 되는 억지다."(전직 미 외교관)

미국으로부터 지소미아 파기 결정 재고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한국에 대해 워싱턴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워싱턴에서 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전문가나 관리 누구를 붙들고 물어도 "한국이 파기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대해선 한국 동정 여론이 있다. "'혈맹 돈 뜯기'나 다름없는 압력에 굴하지 말고 영리하게 버티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지난 8월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이후 워싱턴은 끈질기게 재고를 요구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등 거의 모든 관련 관리들이 파기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미국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줄기차게 한국을 압박한 사례는 드물다.

그 배경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 안보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문 정부가 왜 북·중·러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각 협력을 망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7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고수는 동맹 관계를 냉랭하게 만드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통화에서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하고 싶어도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외부 압력이든 일본의 양보든 체면을 잃지 않고 입장을 바꿀 명분을 못 찾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 정치인과 관리들을 만나고 온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일본 쪽은 생각보다 더 냉랭하더라. 아예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해결이 더 어려울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는 방위비 분담 문제로 가면 확연히 달라진다. 수미 테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후 함께 피 흘리며 싸웠던 쿠르드족을 배신했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면서 "워싱턴에는 트럼프의 엄청난 방위비 요구에 직면한 한국에 동정적인 여론이 꽤 있다"고 했다.

미 의회가 먼저 "공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값진 동맹국"이라며 "분담을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인 댄 설리번 상원의원조차 "한국 정부가 새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 대부분을 부담했다"면서 "이런 기여를 바탕으로 공정한 부담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소장은 7일 트위터에서 "한국은 트럼프에게 한국군 32만명이 베트남에서 미군과 함께 싸웠음을 상기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은 "워싱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터무니없는 분담금 요구에 저항하겠지만 결과는 더 장기적인 틀에서 상향 조정하는 합리적인 수준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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