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간발의 차이

조선일보
입력 2019.11.09 03:00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지면 마감날인 금요일(8일), 아는 논픽션 작가와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중 작가는 '간발의 차이'가 어느 정도 차이인지 아느냐 묻더군요. 발 크기 정도인가, 머뭇거리는데 정답을 알려줬습니다. 한자로 사이 간(間), 머리털 발(髮)이라네요. 그렇다면 0.04~0.08㎜ 차이입니다.

대화의 흐름은 예측하기 어렵더군요. 이야기는 축구선수 손흥민으로 흘렀습니다. 손흥민이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백태클 했다가 상대 선수 발목이 부러진 사실 아시지요? 손흥민은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받아 징계가 철회됐습니다. 작가는 이게 모두 '간발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관계자와 축구 팬들이 작은 차이로도 손흥민이 악의적인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간발(間髮)'이란 말은 쓰지 않았더군요. 일본어에서 온 표현인 듯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호리지차(毫釐之差)란 말을 많이 썼습니다. 호리는 저울 눈금으로 털끝처럼 작은 차이를 말한답니다. 실록에는 작은 차이가 나중에 천리(千里)나 벌어지게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출전은 '사기(史記)'라네요.

우리 스포츠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폭력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최근 있었습니다. 그런 교육이 인성 계발과 경기력 향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손흥민은 엊그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어 한국인 역대 유럽 무대 개인 통산 최다 득점(123골) 기록을 세웠습니다. 골 넣은 뒤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부상 선수의 쾌유를 빌어 현지 언론이 또 칭찬했더군요.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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