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40억달러 빚을 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조선일보
  • 우석훈 경제학자
입력 2019.11.09 03:00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우석훈 경제학자
"70개가 넘는 은행에 진 빚이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 정도였는데, 그중 8억달러는 직접 보증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이 채무를 상환할 의사나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2004년 파산한 이후 미국의 어떤 은행도 그에게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트럼프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물론 결과 역시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냥 가난해진 백인 노동자들이 좀 더 극우파적인 성향이 강해진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홀로코스트를 주로 연구하던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사학과 교수의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부키)는 상황을 전혀 다른 역사적 각도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충격받았다. 트럼프가 부모에게 회사를 물려받은 부동산 부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4조원이 넘는 부채가 있었고 파산 상태였다는 것은 몰랐다. 이걸 전부 보고 나서야 뒤늦게 트럼프의 탄핵이 추진된 맥락을 좀 알게 된 것 같다.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서 이 책의 딱 한 절을 꼽아드리면 120쪽의 '러시아가 꿈꾸는 유럽의 모습', 딱 세 페이지만이라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소련의 붕괴 후 안정적인 독재 기반을 만든 푸틴 등 러시아 집권 세력이 천연가스 등 자원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독특한 외교, 아니 공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에 관한 내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기 체계를 공고하게 만든 후, 이 독특한 사회 시스템을 오히려 외부에서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나머지 책의 내용이다.

트럼프 이후 전후(戰後) 만들어진 세계 체계에 위협이 오는 중이며, 덩달아 경제도 침체 국면이다. 지나치게 음모론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지는 않지만 정보전에 의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는 가짜 정보나 돈세탁된 해외 정치자금의 유입,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정보화와 함께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우리도 댓글 사건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푸틴이 만들어가는 '다크'한 세계를 한번 읽어보시면 21세기 정치와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