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자문료 절반 나눠갖고도 "개인수임"이라는 로펌...대법 "세금내라"

입력 2019.11.09 09:00

대법원/조선DB
대법원/조선DB
한 법무법인(로펌)이 인수합병(M&A) 자문료 명목 20억원을 받아 소속 변호사들끼리 인센티브 등으로 나눠갖고도 '개인 수임 사건'이라며 매출신고를 누락했다가 세금을 물게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서울 강남의 모 로펌이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로펌은 2008년 로펌 명의로 한 건설사의 경영권 인수 관련 자문계약을 맺고 소속 변호사 A씨 계좌를 통해 수수료로 20억원을 받았다. 20억원 중 9억2000만원은 대표 변호사 B씨를 비롯한 소속 변호사 13명에게 지급됐고, 나머지 돈은 로펌에 대한 대여금을 갚거나 A씨 개인투자 등에 쓰였다.

역삼세무서는 2012년 세무조사 결과 문제의 20억원에 대한 매출신고가 누락된 것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고, 매출 누락에 따른 부가가치세 3억7000만원을 포함한 법인세 등 10억원을 과세했다.

로펌 측은 "위법한 과세 처분"이라며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3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자문계약은 A씨가 로펌 소속 변호사가 아닌 일반 개인 지위에서 친분 관계를 토대로 맡았던 것이고, B씨는 이를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수수료 20억원은 소속 변호사 A씨의 법률자문 등에 대한 대가로 로펌에 귀속되는 것이 타당하고, 이에 대한 과세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수수료가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됐지만 지출내역에 비춰 소속 변호사들에게 분배됐고, 자문 과정에서 접대비용 등도 로펌 비용으로 회계처리됐다"고 지적했다.

2심은 그러나 "A씨 개인 친분으로 수행된 자문계약 수수료를 로펌 수익으로 볼 수 없다"며 로펌 측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당시 다른 로펌과 합병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미지급 인센티브 정산이 필요했고, 인센티브 지급에 쓰인 3억68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A씨 개인적으로 사용됐다"고 했다. 자문비용 일부가 로펌 몫으로 회계처리된 데 대해서도 "법인카드 사용이 언제나 법인을 위해 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세무당국은 계약서에 용역비 귀속명의자로 적힌 로펌을 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보고 과세했다"면서 "A씨는 로펌 구성원의 지위에서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따라서 로펌에 소득이 귀속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계약서가 사후적으로 작성됐더라도 형식적으로 작성된 허위 계약서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로펌이 부담하는 인센티브 채무를 A씨 개인이 부담해야 할 뚜렷한 이유도 없다"면서 "과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은 관련 법리를 오해해 위법하다"며 다시 재판하도록 했다.

A씨와 B씨는 검찰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로펌은 2008년 다른 로펌과 합병하며 국내 10대 로펌 반열에 들게 됐다. A씨는 이후 다른 로펌으로 직장을 옮겼고, B씨는 통합 로펌 대표를 거쳐 현재 모바일서비스 업체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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