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권전문가들 "北 주민 추방 조치, 韓 헌법·국제 협약 위반"

입력 2019.11.08 13:51 | 수정 2019.11.08 13:51

"송환 직후 고문받고 처형 당할 가능성 매우 높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 살인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 2명을 추방 조치한 데 대해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확실한 유죄 여부는 정부 조사를 넘어 재판을 통해 판명할 사안이라며 추방 결정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추방 결정은 고문 위험 국가에 개인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한국 당국이 이런 범죄 사실을 입증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8일 보도했다.

킹 전 특사는 "송환에 앞서 북한 주민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범죄 협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알고 싶다"면서 "한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범죄의 중대성 여부와 별개로 적절한 사법 절차와 보호 조치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이들 북한 주민들에게 주어졌는지 가장 먼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유죄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유죄 여부는 수사 당국이 결정하는 게 아닌 재판을 통해 판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재판 없이 당국의 합동조사만 받았다면 정당한 법 절차를 거부당한 것이라고도 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와 함께 고문당할 위험이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조항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는 이들 북한 주민들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처우하고 한국 법원에서 재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 역시 똑같은 이유"라면서 "정당한 법 절차 없이 고문과 부당하고 잔인한 사형 선고가 적용되는 압제 국가로 범죄인을 송환할 위험에 대한 것"이라고도 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한국에서 탈북민 추방이 이뤄진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동안의 인권 기구들의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들 선원들이 북한으로 추방돼 고문과 사형에 처해질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유엔 고문방지협약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준수할 의무를 분명히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스칼라듀 사무총장은 "한국 헌법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고 국적법 2조에 따라 모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자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번 추방 조치는 한국 헌법 역시 명백히 위반하고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수전 숄티 북한 자유연합 대표는 "한국 당국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했어야 했다"며 "사법체계나 절차 없이 공정함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으로 해당 어민들을 송환한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돌려보낸 것과 같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그러면서 "한국은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고문과 수감, 처형당할 수 있는 개인을 송환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고 했다.

앞서 통일부는 전날 "지난 2일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7일 오후 3시 10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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