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지지' 서울대 ‘레넌 월’에도...“홍콩은 중국땅” “한국인과 무슨 상관”

입력 2019.11.08 11:40 | 수정 2019.11.08 17:01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포스트잇을 붙이는 ‘레넌 월(Lennon Wall·레넌의 벽)’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서울대에 설치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친중(親中) 세력의 ‘반대 포스트잇’으로 뒤덮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국내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레넌 월’에 붙은 반(反)홍콩 포스트잇.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제공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레넌 월’에 붙은 반(反)홍콩 포스트잇.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제공
8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에 따르면, 이 단체가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한 레넌 월에는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땅", "홍콩 젊은이들은 반정부주의자들에게 선동돼 길거리에 나갔다", "너희 한국인들과 (홍콩 시위가) 무슨 상관 있나", "여론의 노예, 진짜 불쌍해" "무식한 새X들"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학생모임은 지난 6일 오후 4시쯤 서울대에 레넌 월을 설치했는데, 학생모임 소속 김영민(19·서울대 사회교육과)씨가 지난 7일 오후 8시 30분쯤 레넌 월 앞을 지나다 이같은 포스트잇이 무더기로 붙어있던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불과 하루 만에 반(反)홍콩 취지의 포스트잇으로 도배됐다는 것이다.

누가 이같은 포스트잇을 붙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레넌 월 설치 초기에는 "멀리서만 지켜봐야 해서 슬프다" "시대혁명을 꼭 이루길 바란다"는 등 홍콩 시민을 지지하는 포스트잇만 붙어 있었다.

박도형(21·서울대 지구과학교육학과) 학생모임 대표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욕설과 혐오 포스트잇을 레넌 월에 붙이는 것은 안 되지 않느냐"며 "이런 포스트잇 바로 옆에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연대글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욕설과 심각한 혐오 표현이 담긴 포스트잇의 경우 앞으로는 떼어내겠다"고 했다. 또 "서울대 재학생 중 홍콩 유학생들이 위협을 느낄까 봐 걱정"이라며 "학생들에게 레넌 월이 안전한지 감시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레넌 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제공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레넌 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제공
레넌 월은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프라하의 벽에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구호 등을 적어 저항의 상징으로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홍콩 곳곳에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적은 ‘레넌 월’이 만들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등에 ‘레넌 월’이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하는 한국시민모임’이 홍대입구역 주변에 설치한 레넌 월 역시 당초 홍콩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 포스트잇이 사라지고 ‘하나의 중국’ 등 문구가 붙었다. 학생모임은 향후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에 두 번째 레넌 월을 설치하고, 대학가 레넌 월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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