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새 역사로… 다시 조명받는 '121골 차붐'

조선일보
입력 2019.11.08 03:24

차범근, 軍 제대 후인 26세에 사실상 유럽무대 첫 시즌 시작

팬들 "늦은 나이에 이뤄낸 성과"
차 "요즘 축구가 훨씬 어려워… 흥민이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의 차범근. 서른 살에 레버쿠젠에 입단한 그는 6년 동안 63골을 터뜨렸다.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의 차범근. 서른 살에 레버쿠젠에 입단한 그는 6년 동안 63골을 터뜨렸다.

"흥민이가 내 품에 안겨 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후배들이 흥민이 품에 안겨 훌쩍일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흥민이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손흥민(27·토트넘)이 한국인 유럽 리그 최다 골 기록을 세우면서 차범근(66)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유했던 종전 121골 기록을 넘어선 7일, 차 전 감독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칼럼을 기고하며 손흥민의 신기록을 축하했다. 2017년 11월 콜롬비아전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손흥민은 차 전 감독이 부르자 폭 안겨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당시를 회상한 차 감독은 "나를 넘어섰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지금 흥민이가 뛰는 영국 리그는 내가 뛰던 분데스리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해졌다. 한마디로 훨씬 힘든 축구를 흥민이가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기록 경신으로 차범근의 종전 기록이 더욱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손흥민이 기록적인 골 행진을 벌이면서 축구 팬들 사이에선 차범근과 손흥민 중 누가 한국 역대 최고 선수냐는 논쟁이 붙었다. 그 과정에서 나이 어린 팬일수록 차 전 감독의 커리어를 접한 뒤 새삼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현재 기준으로는 한참 늦은 나이에 유럽 무대로 뛰어들어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차범근은 25세이던 1978년 12월 다름슈타트 유니폼을 입고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손흥민이 18세에 함부르크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터뜨린 것과 비교하면 거의 7년 차이가 난다. 그런데 그 데뷔전이 다름슈타트 선수로 뛴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됐다.

차범근은 1976년 10월 공군에 입대했다. 당시 공군은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참모총장 권한으로 제대를 앞당겨준다는 약속을 했다. 이에 따라 그는 1979년 1월 전역할 거라 보고 특별 휴가를 받아 다름슈타트와 계약했다. 하지만 데뷔전을 치른 뒤 여권 갱신 등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를 두고 일부에서 복무 기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군 당국도 "아무리 우수 선수라도 특혜를 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차 전 감독은 다시 군인 신분으로 돌아가야 했다. 결국 그는 1979년 5월 만기 제대한 뒤 다시 독일로 날아가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26세에 사실상 유럽 첫 시즌을 맞이한 차범근은 15골로 맹활약하며 프랑크푸르트의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 우승을 이끌었다.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그는 서른 살이던 198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범근은 35세 때인 1988년 UEFA컵 결승 2차전에서 후반 36분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1차전에서 에스파뇰에 0대3으로 패했던 레버쿠젠은 차범근의 골로 3대0을 만들며 기사회생했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선수 생명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짧았던 1980년대에 그는 36세까지 독일에서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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