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하나 바꿔, 교육 선택의 자유 빼앗다

조선일보
입력 2019.11.08 03:02

교육부, 자사고·특목고 등 124곳 2025년 일반고로 강제 전환
교장·학부모 연합회 "총선 의식한 폭거" 헌법소원 제기 예고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38곳, 외국어고 30곳, 국제고 7곳이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했던 공주 한일고, 경남 거창고, 남해 해성고 등 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돼 총 124곳이 일반고로 전환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근거 조항을 삭제하고 2025년 3월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1992년 도입된 외고는 33년 만에, 국제고는 1998년 도입 후 27년 만에, 자사고는 2001년 도입 후 24년 만에 모두 폐지된다. 특수목적고 가운데 과학고·예술고·체육고·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영재고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단, 영재고 입시에서 현행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구술 면접 강화 등 개선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영재고와 과학고에 중복 지원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전국 5개 국제중학교 폐지와 관련해서는 "추후 협의해 가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강남 8학군' 등 교육 환경이 우수한 특정 지역에 유리해 교육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사교육비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고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폭거"라면서 일반고 전환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 등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내년 총선을 위해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31조 6항을 훼손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포기했다"고 했다. 교총은 또 "이번 논의의 발단이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불법·특혜 입시 의혹은 제도 문제라기보다 그 사람의 문제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자사고·특목고에 책임이 있는 양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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