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2700바퀴 누빈 따릉이, 서울 '일상템' 됐어요

조선일보
입력 2019.11.08 03:02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4년]

서울 시민 1명당 3번꼴로 이용
가입자 3만명→166만명으로 늘고 심야·새벽시간 이용도 14% 달해
지하철역 등 중심으로 거치대 조성… 역세권과 비슷한 '따세권'도 생겨
市, 내년 자전거 도로 5.5㎞ 확대

서울 중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김용석(37)씨는 지난여름부터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로 출퇴근한다. 마포구 아현동 집 앞에서부터 타서 충정로와 덕수궁 앞을 지나 청계천 인근에 있는 회사를 오간다. 김씨는 "걸어가기는 조금 멀고 차를 타기에는 짧은 애매한 거리를 오갈 때 안성맞춤이어서 동료 직장인들도 따릉이를 즐겨 탄다"고 말했다.

따릉이가 지난 10월로 도입 4년을 맞았다. 2015년 가을 첫선을 보인 후 총 주행거리가 1억㎞를 넘어섰다. 10월까지 따릉이의 총 주행거리는 1억784만8763㎞이다.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이니 지구 2700바퀴에 해당한다. 따릉이 가입자는 서울시 인구의 6분의 1 수준인 166만40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따릉이를 타고 서울 거리를 누비는 모습도 친숙한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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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탄 시민들이 노원구 화랑대 철도공원 인근 경춘선 숲길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첫선을 보인 따릉이가 4년간 주행한 총 거리는 1억㎞를 넘어섰다. 서울 전역 1540곳의 거치대에서 하루 평균 5만2000대가 대여된다. /남강호 기자
4년 전 세상에 나올 때만 해도 따릉이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2010년 전신 격인 서울공공자전거가 도입돼 440대가 운행됐지만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따릉이 도입 업무를 맡았던 시 도시교통실 미래교통전략팀의 이정섭 주무관은 "레저 활동으로 인식되던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소유까지 할 생각은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우선 기존 공공자전거의 단점부터 꼼꼼히 살피면서 운영 매뉴얼을 구축했다. 대중교통 연계 이용이 가능하도록 지하철·버스 정류장 중심으로 거치대 위치를 정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 뒤 30분 이내에 따릉이를 이용할 경우 하루 최대 200원까지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따릉이 도입 당시 시 교통기획관이던 윤종장 서울시립대 행정처장은 "초기에는 '사람들이 낯설어해서 타지 않으려 할 것이고 수익도 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었지만 확신을 가지고 인프라를 확충해나갔다"며 "따릉이라는 친숙한 이름도 성공에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따릉이의 정착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우선 따릉이 결제나 이용법에 익숙하지 못한 시민이 많았다. 또 초기 시스템 안정화 과정에서 간혹 단말기나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민원이 폭주했다. 상담원들이 응대하지 못할 정도로 전화가 몰려 현장 직원들이 급히 투입되기도 했다. 유영진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 관리팀장은 "각종 돌발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생각에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따릉이 4년 추이 그래프

따릉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4년 새 달라졌다. 도입 초기에는 거치대가 예정된 지역의 상인들로부터 왜 영업 공간을 침범하느냐며 거치대를 설치하지 말라는 항의가 쇄도했다. 요즘은 따릉이 업무 담당자들이 상권 활성화나 주거 편의를 위해 자기 동네에도 거치대를 놔달라는 요청을 받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됐다. 따릉이와 역세권을 합친 '따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4년간 따릉이 총 누적 대여 건수는 3099만5000여 건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서울 시민 한 사람당 세 번은 따릉이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하루 중 아침 출근시간(12.5%)과 저녁 퇴근시간(24.4%)의 이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심야와 새벽시간(오후 11시~오전 5시) 이용자 비율도 14%나 된다. 따릉이가 출퇴근 교통수단이나 운동, 레저 수단으로 24시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릉이 신규 이용자 중에는 뒤늦게 자전거를 배워 따릉이족이 된 성인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배경원(27)씨는 "주변 사람들이 따릉이를 타는 것을 보고 부러워서 한강 둔치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 지금은 서울 도심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저처럼 집에 자전거를 두기가 여의치 않은 1인 가구에 따릉이는 정말 유용하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 따릉이는 공공자전거의 대명사로 꼽혔던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2007년 도입)에 빗대 '서울판 벨리브'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벨리브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리에서 벨리브를 타본 이용자들은 "따릉이는 거치대가 꽉 차도 반납이 가능한 데다 벨리브보다 훨씬 가볍고 승차감도 좋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다음 도전은 자전거 도로망 확충이다. 우선 내년에 청계천로 청계광장~고산자교 5.5㎞ 구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해 도심에서 청계천·중랑천·한강을 거쳐 강남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도심과 인접 지역을 연계하는 자전거 도로망 등 인프라가 잘 구축된다면 자전거가 서울시 교통수단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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