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0대 정도 맞았어요. 많이 맞으면 40대… 안 맞는 날 없이 매일 맞았어요. 창고에 들어가서 손으로 등이든 얼굴이든 그냥 막…."

초등학교 배구 선수로 활동 중인 한 남학생이 코치와 동료 선배들에게 당한 폭행을 증언했다. 유도 선수인 다른 중학생은 "감독님이 애들 ××을 만지고, 제 건 딱밤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배구 선수인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선생님이 (운동) 못해서 때리실 때가 무서웠다"며 "하루하루가 긴장되고 무서웠다. 아침이 되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7일 '2019 초·중·고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체육회 등록 학생 선수 전원(6만3211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학생 선수 중 언어폭력 경험자는 9035명(15.7%), 신체 폭력 경험자는 8440명(14.7%), 성폭력 경험자는 2212명(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이 있는 전국 5274개 초·중·고등학교에 올해 7~9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돌렸고, 이 중 5만7557명이 답했다.

그래픽=양진경

상당수 학생 선수는 "더 이상 맞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배드민턴을 하는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코치가 때려서 엉덩이 전체에 피멍이 든 적이 있다"고 했다. "코치가 나무배트 손잡이로 허벅지 안쪽을 때려 부모님이 그걸 보고 울었다"고 말한 초등학교 야구부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직접적인 신체 폭력을 당한 초등학생 선수만 2320명(12.9%)이다. 학생 선수들의 신체 폭력 경험 비율은 일반 학생들과 비교해도 높았다. 교육부의 2019년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초등학생은 1.7배, 중학생은 2.2배, 고등학생은 2.6배 높았다. 종목별로는 빙상(26.2%), 수영(24.1%), 태권도(20.1%), 야구·소프트볼(19.4%), 체조(18.5%) 등 순서로 신체 폭력 경험 비율이 높았다.

인권위는 초등 선수들의 폭력 피해를 특히 심각하게 봤다. 신체 폭력을 경험한 뒤 느끼는 감정을 묻는 질문에 초등학생 선수 38.7%(898명)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체적 폭력 경험률은 중학교(15%), 고등학교(16.1%) 등 상급 학교로 갈수록 늘어났다.

조사단은 올해 1월 드러난 조재범 코치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출범했다. 이번 전수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 선수는 초등학생이 438명, 중학생은 1071명, 고등학생은 703명이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나 성적 농담이 대부분이었지만,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선수도 24명에 달했다. 중·고등 선수 중 6명이 '성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18명은 '성관계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사진 찍혔다'고 답한 선수도 137명이나 됐다. '누군가 자신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라고 강요했다'는 206명, '누군가 내게 강제로 키스나 포옹, 애무했다'는 63명이 나왔다. 학생 선수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제대로 된 도움 요청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40.8%가 '괜찮은 척 웃고 그냥 넘어가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8.4%가 '주말이나 휴일에도 운동한다'고 답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2.7%로 조사됐다.

김현수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은 "합숙 중심의 제한적 조직이 폭력이 방치되는 '고립된 섬'을 만들었다"며 "공동체 우선주의, 승리 지상주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의도적 무관심, 침묵이 만연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