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量子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 미·중 '퀀텀 레이스'

조선일보
입력 2019.11.07 03:00

- 美 구글, 양자컴퓨터 신기술 개발
수퍼컴퓨터로 1만년 걸려 풀 문제 200초만에 해결… 中에 기선 제압
- 中 양자 특허 492건, 美의 2배
13조원 들인 연구소 내년 문열어… 도청 불가능한 양자통신망 구축중

미국 IT 업체 구글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기존 최강 수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문제를 단 200초 만에 계산해내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과학계에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수퍼컴퓨터를 앞질렀음을 의미하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최초로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量子·quantum·물리량의 최소 단위) 기술은 미래 인류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지 오래다. "양자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까지 있다. 기존의 모든 암호를 풀어내고 모든 도청 시도를 막아내며, 적군의 스텔스 전투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양자 기술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가장 작은 단위의 양자 세계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각국 양자역학 관련 특허 보유 수
양자역학은 원자 이하 미시 세계의 움직임이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시 세계에서 물질의 존재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고정된 것이 아니며, 관찰하는 순간에 존재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 내용이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서의 물질의 상태를 회전하고 있는 동전으로 비유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끊임없이 바뀌며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구글의 이번 성과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퀀텀 레이스(양자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이 나오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엄청난 규모로 양자 기술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가끔은 최초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구글의 양자컴퓨터 기술을 구소련의 우주 진출에 비유했다. 소련이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유인(有人) 우주비행에 성공했지만 끝내 우주 패권을 차지한 것은 미국인 것처럼, 중국이 미국의 양자 기술 수준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의 과학자들이 양자 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양자역학 연구와 인재 육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각종 혜택을 내세워 미국·유럽 등에서 유학한 양자역학 전공 과학자들을 영입해왔다. 이 분야에 대한 중국의 총 투자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0년 개설 목표로 안후이(安徽)성에 건설 중인 양자연구소에만 13조원이 투입됐다.

시장조사기관 팻인포매틱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이 보유한 양자역학 관련 특허는 492건으로, 2위 미국(248건)의 약 2배다. 한국은 45건, EU는 31건에 그친다. 특히 '양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판젠웨이(潘建偉) 중국과학기술대 교수가 중국의 양자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판 교수가 이끄는 130여 명 규모의 팀은 중국 내 양자 기술을 활용한 통신 네트워크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1200㎞ 떨어진 두 지점에서의 양자 통신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양자 굴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양자역학 기술의 성과가 중국 군사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양자 통신 네트워크가 완전히 구축되면 중국 정부와 군부의 통신을 도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양자 통신에서는 통신 내용을 관찰(도청)하는 순간 통신망 안의 정보가 바뀌기 때문이다. 중국은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양자 레이더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6월 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미국 연구자들에게 중국의 스카우트에 응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미국 의회는 향후 5년간 양자역학 연구에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추가로 지원하는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이번에 구글이 한 걸음 앞서 나간 양자컴퓨터는 향후 미·중 '양자 전쟁'의 주요 무대로 지목된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지만 완성될 경우 일대 '혁명'을 가져올 전망이다. 모든 암호를 해독할 수 있고 차량의 흐름을 예측·관리해 교통 체증을 제거할 수도 있다. 중국도 구글·IBM 등과 같은 기술을 사용한 초창기 모델을 내놓는 등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NN이 분석하듯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자역학(量子力學)

원자 이하의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 1900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물리량의 최소 단위를 뜻하는 '양자(量子)'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미시 세계에서 물질의 존재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관찰하는 순간에 존재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