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경심 얼굴은 가려주고, 엠넷 PD는 공개한 언론의 이중잣대

입력 2019.11.07 03:03

박국희 사회부 기자
박국희 사회부 기자
지난 5일 케이블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생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101'의 안모 PD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으러 나왔다.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연습생들을 데뷔시켜 주는 프로그램에서 투표를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CBS 노컷뉴스 등 일부 언론은 법원청사에 들어서는 안 PD 얼굴 사진을 그대로 찍어 인터넷에 보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주요 피의자가 검찰이나 법원에 출석할 때 언론은 얼굴을 공개해왔다.

그런데 이 언론사들은 지난달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가 영장 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나올 때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 얼굴을 가린 사진을 공개했다. 영장 심사를 받으러 나온 조 전 장관 동생 조권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적 관심으로 치면 두 사람이 안 PD보다 크면 컸지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는 이중 잣대로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보도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론은 검찰에 소환되거나 법원에 영장 심사를 받으러 나오는 중요 피의자 얼굴을 공개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과 국민 알 권리 사이에서 세운 나름의 기준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때 대부분 피의자 얼굴이 공개됐다. 이 관행에 일부 변화가 생긴 건 조 전 장관 수사 이후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겨냥해 '검찰 개혁'을 압박하자 검찰이 공개소환 폐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검찰 내부 기준일 뿐 재판 공개가 원칙인 법원에는 이와 관련한 별도 규칙이 없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법원에 출석하는 정씨 얼굴은 가리고, 안 PD 얼굴은 공개했다. 조 전 장관 일가(一家) 보도에 대해서만 '자기 검열'을 한 셈이다.

이 언론사들은 피의자 인권을 내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달리 적용하면 특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이런 것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기준을 허물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서만 '특혜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식이면 어느 국민이 언론이 공정하다고 하겠나.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