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폐가구 모아 뚝딱뚝딱… '새 가구'로 만들어 5년간 2000여개 기부

조선일보
입력 2019.11.07 03:00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아에코빌아파트 지하주차장 한쪽에서 전동 드릴 소리가 울려 퍼졌다. 26㎡(약 8평) 남짓한 공간에는 색이 바랜 옷장, 반쯤 분해된 책장 등 각종 폐가구와 목공(木工) 공구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아파트 주민 4명이 폐가구에서 나온 목재에 못을 박고 사포질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공방에서 주민들이 폐가구를 수리해 의자와 수납상자 등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공방에서 주민들이 폐가구를 수리해 의자와 수납상자 등을 만들고 있다. /강다은 기자
애초 주차장 내 창고였던 이 공간은 아파트 주민들의 가구 공방(工房)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2015년 8월부터 폐가구를 수리·재조립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증하고 있다. 지하 공방에서 5년간 탄생한 '새 가구'는 2000개가 넘는다.

주민 배영란(50)씨는 "처음엔 이사 때마다 버려지는 폐가구가 아까워서 시작했다"고 했다. 주민들은 서툰 솜씨로 아파트 단지부터 꾸몄다. 식탁용 의자 두 개 위에 책장으로 쓰이던 긴 합판을 올려 벤치를 만들었고, 공중전화가 없는 텅 빈 전화 부스에 의자를 설치해 작은 쉼터로 꾸몄다.

단지 내 공방의 솜씨가 소문나자, 구청에서, 봉사 단체에서, 지역 주민이 여러 사연을 전하며 가구 제작을 부탁했다. 올해 6월부터는 구청과 협력해 '고령자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구청에서 저소득층 노인 주거지를 방문해 필요한 가구 목록과 치수를 알아 오면 공방에서 가구를 만들어 준다. 허리가 굽어 싱크대가 높았던 노인에겐 맞춤형 발 받침대를, 좁은 반지하 방에 사는 이웃에겐 자투리 공간에 넣을 좁고 높은 보관장을 선물했다. 얼마 전엔 버려진 옷장·책상·식탁을 재활용해 독거노인을 위한 '미니 밥상' 11개를 만들었다. 공방 대표 안덕준(58)씨는 "그냥 두면 쓰레기지만 조금만 손보면 공짜 가구가 된다"며 "쓰레기도 줄이고 이웃도 행복한 일석이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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