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다이소엔 있고 정부에는 없는 것

입력 2019.11.07 03:14

다이소 등 민간은 가성비에 목숨을 건다
정부는 천문학적 세금 쓰며 불량 정책 쏟아내고 큰소리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
'1000원짜리' 판다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다이소 얘기다. 1997년 창업 후 500~5000원 사이의 6개 가격대만 고수하면서도 지난해 매출 1조9700억원을 돌파했다. 1년에 1000원짜리 상품 20억개를 판매한 셈인데, 전국 1300개 매장마다 매일 5000개 이상의 제품을 팔아야 가능한 수치다. 전년보다 매출은 20%, 매장 수는 12%가 성장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비결은 뭘까. 가격이 워낙 저렴해 쿠팡 같은 업체를 통해서는 배달료 감당이 안 되는 '행운'도 함께했다. 하지만 핵심 경쟁력은 '가성비'다. '더 싸고 더 좋은 상품'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우리보다 앞서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 소비 산업의 키워드 역시 가성비였다.

모든 직원은 물론 올해 76세인 박정부 다이소 회장도 가성비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박 회장은 지난달 마지막 주 홍콩의 상품전에 갔다가 곧바로 3박 4일 중국 광저우 출장에 나섰다. 그는 요즘도 연간 100일 넘게 해외 출장을 다닌다. 비행기 마일리지만 300만 마일을 넘겼다. 갈수록 떨어지는 '1000원'의 가치에도 생존을 위해 국내 700여개, 전 세계 35개국 3600여개 납품 업체를 발로 뛰며 발굴해 유치한다. "가성비가 떨어지면 소비자가 제일 먼저 알고 안 산다." 박 회장이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 신념이다.

이쯤에서 우리 국가와 정부로 시선을 잠시 돌려보자. 국가도 국민이 가격(세금)을 지불하고 상품(정책)을 소비하는 구조다. 적은 세금을 써 효율적 정책을 내놓는 게 좋은 정부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 기업에 비해 태생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개입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던 사회주의의 실패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그래서 현명한 정부는 규제 혁파를 통해 많은 정책적인 기능이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가성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면 돈을 대는 국민을 생각해 가성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수다. 그러려면 꼼꼼한 사전 조사와 모의실험 등의 과정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달아야 한다. 그런 걸 선진국에서는 증거 기반 정책(evidence based policy)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어떤가. 우선 50조원 이상 세금을 쏟아부은 정부의 각종 일자리 정책 성적표를 보면 숨이 턱 막힌다. 집권 2년 만에 20조원 이상 늘린 복지 예산, 세계 최강 경쟁력인 원전 산업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도 말문이 막힌다. 누가 일자리 만들지 말고, 복지 하지 말고, 친환경 하지 말자고 하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돈을 쏟아부어 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과연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 쓸까' 하는 정책들이 차고 넘칠 지경이다. 1000원을 투입해 100원짜리 상품을 쏟아낸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그마저도 불량품이 수두룩하다. 그래놓고선 문제점을 지적하면 1000원을 들인 게 아니라 900원을 들였다, 100원짜리가 아니라 200원짜리라는 식으로 변명을 한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의 저질 가성비 능력인데, 마치 진실 게임이라도 하는 듯 몰아간다. 물론 늘 최상의 상품만 내놓을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세금도 안 드는 규제 개혁엔 수수방관하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성비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불량 정책만 양산될 수밖에 없다. '장사꾼'들은 가성비 좋은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가성비 나쁜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는 결국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심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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