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거짓말에 너무 관대한 나라

입력 2019.11.04 03:17

거짓말·막말·궤변이 먹히는 천박한 사회 풍토
한미 FTA·광우병 선동 그냥 넘어간 대가 치러
거짓말하는 단체·사람 영구히 추방해야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품격이 너무 없다. 분열된 국민 사이에 막말과 거짓말이 난무하고, 인터넷은 쌍스러운 말로 가득 차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사회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다. 소위 사회 지도층 사람들의 내로남불과 언행 불일치는 상식 수준을 넘었다. 광화문 거리는 늘 시끄럽고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은 최고조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처음인 것 같다.

나라 밖에서의 국격도 심상치 않다. 주변국에서 혐한론이 나돌고, 사드 보복, 수출 규제, 군용기 영공 침해, 기자단 폭행,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휘둘림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정성을 다하는 북한으로부터는 '삶은 소대가리' 같은 독설에다가 비상식적 축구 시합, 우리 관광 시설이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고 할 정도로 무시당하고 있다.

오로지 일본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고 있지만 이 또한 정상이 아니다. 경제전쟁을 선언하고,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곧이어 조국 사태로 나라가 자중지란에 빠졌다. 임진왜란 때도 이랬을까? 일본 사람들 눈에도 참 황당하게 비쳤을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 MB 정부 시절 세계 금융 위기를 가장 훌륭히 극복하고,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독일과 경쟁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녹색성장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던 나라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아마 가장 큰 요인은 정치력 부재에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미워도 소위 금도라는 것이 있어 품위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전직 대통령, 대법원장, 국정원장, 군 장성,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것은 과거 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이다. 5년마다 정책이 바뀌고 임기 후 정권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라를 누가 존중하겠는가. 정치권이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을 죽임으로써 정권을 잡으려다 보니 결국 나라가 이렇게 되었다.

둘째, 국가 공권력이 권위와 신뢰를 잃었다. 시민단체들이 완장을 차고 공무원들을 마치 범죄집단인 양 매도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근자에는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을 공격하고, 데모대가 검찰과 사법부를 압박하고, 검찰과 경찰이 다투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관장들이 정권의 눈치만 보니 이제는 노조가 경찰을 때리고 관공서를 점거해도, 좌파 단체가 미국 대사관저에 난입해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셋째, 사회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능이 사라졌다. 언론과 사법부마저 정치에 물든 결과이다. 언론은 공영방송마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수신료 거부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유튜브 방송이 대안으로 뜨고 있을까. 그동안 태산과 같은 무게로 사회를 지켜왔던 사법부도 신뢰를 잃긴 마찬가지이다. 지금 사법부를 사회 정의의 최후 보루로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식과 소신은 있을지 몰라도 지혜와 경륜은 찾아보기 어렵다.

분열되고 품격 없는 사회가 잘된 사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는가. 대전환기에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대한민국은 필시 주저앉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거짓말, 막말, 궤변이 먹혀들어가는 천박한 사회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거짓말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 한·미 FTA 추진 때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 때 엉터리 주장들이 얼마나 국민을 속였나. 당시 주장대로라면 지금 우리 경제는 미국에 의해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은 광우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어야 한다. 그때 너그럽게 넘어간 대가가 오늘의 파국상이라 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거짓말하는 단체나 사람은 영구히 퇴출해야 한다. 정치권부터 국회의원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을 폐지하여 솔선수범하자. 언론의 가짜 뉴스에 대해서 끝까지 응징하고, 거짓과 막말, 쌍스러움의 근원이 되고 있는 인터넷은 부분적으로라도 실명제를 하자.

공권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정은 인사가 만사이다. 탕평 인사와 함께 이제는 경험 많은 전문 관료들을 대폭 기용해 국정을 안정시켜 나가야 한다.

가장 근원적인 해법은 뭐니 뭐니 해도 사생결단하는 정치 풍토가 바뀌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좁쌀 정치로는 안 되고 큰 정치를 기대해보지만 참 난망이다. 근자에는 오히려 국회의원 수까지 늘리려 하니 갈수록 희망이 없다. 결국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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