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거부이자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비전 펀드’의 인기도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설마다 우레와 같은 관중을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던 그는 지난달 29~31일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텅 빈’ 관중석을 맞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30일(현지 시각) 사우디 경제 포럼 FII에서 4명의 연사 중 한명으로 참여한 손 회장에 대해 이 같이 전했다. FII는 다양한 국가의 국제투자·금융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막의 다보스’이라고도 불리는 포럼이다.

세계적인 투자 귀재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2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당시 손 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참석해 많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 손 회장이 연설을 하기 위해 포럼에 등장했을 때 관중석은 거의 빈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다른 연설은 관중들이 가득찼던 것과 비교해 크게 대조됐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기술 펀드인 ‘비전 펀드’의 열기가 시들해진 증거라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비전 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 회사들이 상장을 실패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우디 아라비아는 ‘비전 펀드 1호’에 450억달러(약 52조원)를 과감히 투자한 바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비전펀드 2호’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고 있지 않다. 손 회장도 이 날 열린 연설에서 사우디 투자 여부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실제로 비전 펀드가 후원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는 경영난을 이유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체 직원의 약 30%에 해당되는 4000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미국의 차량공유업체인 우버와 인도의 호텔체인 오요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그럼에도 손 회장은 기존의 투자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은 "우리는 위대한 안목을 지닌 사업가들을 골라낸다. 엄청난 열정을 지닌 그들에게 우리는 싸울 수 있는 돈을 쥐어줄 것"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