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준비하는 20·30... 스포츠 브랜드도 적극 공략

입력 2019.11.07 07:00

[이코노미조선]

10월 2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 한강공원. 대학 연합 러닝 크루 ‘히포틱런’ 회원들이 달리고 있다. /김흥구 객원기자
10월 2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 한강공원. 대학 연합 러닝 크루 ‘히포틱런’ 회원들이 달리고 있다. /김흥구 객원기자
스물다섯의 나 박채원은 서울 광화문의 언론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하고 있다. 요즘 퇴근하면 곧장 집에 가지 않고 합정역으로 향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내가 속한 대학 연합 러닝 크루(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달리기 동호회) ‘히포틱런’의 회원들이 이곳에 모인다. 지하철역 로커룸에 짐을 맡기고 원효대교가 보이는 인근 한강공원으로 이동한다. 크루장의 구령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두 줄로 서서 한강을 따라 10㎞를 달린다. 10월 22일 오늘은 조선일보 춘천마라톤(10월 27일)을 앞두고 ‘빡런(기록 단축에 목표를 두고 달리기)’하기로 한 날이다. ‘찍터벌(마라톤 대회나 훈련에서 참가자들의 뛰는 모습을 찍는 사람)’인 친구가 사진을 찍어준다.

훈련을 마치고 귀갓길. 오늘의 달리기 기록을 확인한다. GPS가 달린 러닝용 시계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된다. 날짜, 소요 시간, 달린 거리, 속도가 앱에 뜬다. 1㎞당 4분 30초 속도로 뛰었다. 찍터벌이 찍어준 사진과 나의 기록을 합성해 나만의 ‘달리기 인증’을 한다. 인스타그램에 ‘오늘 망원한강공원 달리기. 퇴근 후 크루원들과 함께 #런스타그램’이라는 글귀와 함께 사진을 올렸다.

‘히포틱런’ 크루원들이 달리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히포틱런’ 크루원들이 달리기 전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히포틱런’ 크루원들이 “열심히 달리자”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히포틱런’ 크루원들이 “열심히 달리자”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김흥구 객원기자
최근 러닝 크루에 가입해 밤마다 달리는 20·30대 청년이 늘고 있다. 크루에서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대회를 나가고 서로를 응원해주기도 한다. 크루 문화 덕분에 중장년 러너(runner·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로 가득했던 마라톤 대회장에 젊은 러너들이 많아졌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동아일보 경주 국제 마라톤 대회는 전체 참가자의 49%가 20·30대(20대 20.4%, 30대 28.6%)였다. 지난해 34.9%보다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러닝 크루 문화는 미국 뉴욕에서 건너왔다. 2004년 어느날 평범한 아이 아빠였던 마이크 시즈가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려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2㎞가 넘는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직접 뛰어서 건너갔다. 그때 느낀 쾌감이 좋아 친구들을 밤마다 불러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임 이름을 브릿지러너스(Bridgerunners)라고 불렀다.

국내에서는 2013년 생긴 PRRC(Private Road Running Club)가 시초다. 이후 일반인 러너들이 직접 크루를 만들어 홍보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에만 지역, 대학, 나이별로 수십 개의 크루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검색하거나, ‘소모임’ 앱에서 찾으면 원하는 크루에 들어갈 수 있다.

러닝 크루나 마라톤 대회에 적극 참여하는 러너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해지기도 한다. SNS에 대회 인증 사진이나 훈련 장면을 주기적으로 올리면서 인기를 얻는다. 러닝계의 연예인, ‘런예인’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10만 명인 임소영씨는 미국 운동화 브랜드 브룩스의 모델을, 팔로어 6만여 명인 안정은(27)씨는 뉴발란스와 아식스 모델로 기용되기도 했다.

스포츠 브랜드들이 일반인 러너들을 직접 훈련하기도 한다. 이들을 잠재적인 홍보 모델이자 고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운동화 브랜드 브룩스는 올해 2월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 ‘브룩스 런업’을 개설했다. 아디다스는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 뉴발란스는 ‘NBRC(뉴발란스 러닝 클럽)’를 운영하고 있다.

김현호 패션칼럼니스트는 "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서 유명인과 계약 비용보다 일반인의 훈련 과정을 지원해주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면서 "훈련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무척 높아지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기 때문에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구매력이 높은 젊은 세대가 유입되면서 러닝 의류 산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러닝족이 즐겨찾는 운동복 시장 규모가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내년 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스포츠 웨어 장르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1.9%까지 증가했다.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러너들이 늘어나면서 디자인도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5월 나이키 코리아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닝 크루 다섯 개를 운동화 제작에 참여시켰다. ‘리액트 바이 5: 서울을 달리는 러너들에게 영감받은 리액트’라는 이름의 협업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러닝 크루는 한정판 운동화 디자인에 참여했는데, 도심을 달리는 러닝 크루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영감받은 운동화를 제작하는 식이었다.

소비자 공략을 위한 마라톤 대회 투자는 기본이다. 뉴발란스는 2011년부터 ‘뉴발란스 런온서울’이라는 마라톤 대회를 운영했다. 올해 3월부턴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을 시작으로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모든 국제 마라톤 대회의 후원을 맡았다. 자체 대회만 운영했던 나이키는 11월 열리는 JTBC 서울마라톤(구 중앙일보 서울마라톤)의 후원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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