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조선일보
입력 2019.11.01 03:17

거짓으로 지탱되는 탈진실의 통치…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국민을 한두 해 눈속임할 수 있지만 5년 내내 속일 순 없다는 것을

박정훈 논설실장
박정훈 논설실장

경제 참사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펼쳐지는 이 정부의 '묻지 마 자화자찬'을 보고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알고도 저러는가. 성장률, 투자, 소비에서 수출까지 온갖 지표들이 요란한 경보음을 울려대고 있다. 국민 59%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 하고 경제학자의 84%는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만 경제가 "견실"하고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으며 국가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꿈같은 말을 쏟아낸다. 일부 유리한 수치만 뽑아내 낙관론을 펼치며 위기 경고를 "음모"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 과도한 자신감의 근거는 뭔가. 무지(無知)인가, 뻔뻔함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니 처음엔 소득 주도론의 결함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1년도 넘었다. 가난한 계층이 더 가난해지고 빈부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으며 서민 경제가 무너졌다. 일부 관변·좌파 학자를 뺀 대부분 전문가, 국제기구와 해외 기관까지 정책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모를 리 없다. 언제부턴가 '소득 주도'란 용어를 애써 피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그러면서도 정책엔 문제가 없다고 한다. 부작용은커녕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알면서도 우기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합법적 제도 속의 불공정"이라고 했다.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조국 일가족의 위법 혐의는 정경심씨 공소장에 나온 것만도 10개가 넘는다. 입시 부정에서 사모펀드 횡령까지 수많은 혐의가 제기되고 그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합법의 테두리 안'이라고 한다. 친문 지식인들은 조국 가족이 무죄라 우기고, 여당은 수사하는 검찰이 나쁘다고 비난했다. 자칭 '어용 지식인'이라는 좌파 논객은 조국씨 아내의 PC 빼돌리기를 "증거 지키기"라고까지 했다. 이쯤 되면 비호나 편들기가 아니라 명백한 사실 부정이다. 작정하고 거짓말하는 것이다.

문 정권은 조국 사태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정권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최대 방해물이란 사실이었다. 청와대와 여당,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을 압박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검찰을 충견(忠犬)처럼 부린 것도 이 정권이었다. 그래 놓고 갑자기 검찰의 중립성이니 피의자 인권을 따지고 있다. 말로는 검찰 개혁이라지만 사실은 공수처라는 또 하나의 충견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속 보이는 거짓말이다.

문 정부의 국정은 허구의 패러다임에 의해 지탱되는 분야가 많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금방이라도 비핵화가 해결될 것처럼 올인했다. 그 말이 얼마나 허언(虛言)이었는지는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며 도발 강도를 높여가는 김정은이 직접 입증해주었다. 온통 장밋빛으로 포장된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론'도 현 시점에선 허구다. 평화 경제의 대전제가 북의 개혁·개방인데, 이는 김정은 족벌 체제와 구조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문 정권이라고 모르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면서도 속이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을 파기하면서 미국의 이해를 구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거짓말(lie)"이라는 코멘트까지 냈다. 이 정부는 원전을 줄여도 전기료가 오르지 않는다며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금세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멀쩡한 원전을 문 닫겠다고 경제성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였다. 현실을 부정하고 사실을 비트는 데 거침이 없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일 것이다.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개 놓은 대통령이 '통합'을 말한다. 허망한 거짓말이다.

지난주 문 대통령 국회 연설에서도 허구의 수사(修辭)는 반복됐다. 가짜 일자리만 늘었는데 고용이 "회복세"라 했고, 보조금 퍼부은 덕에 최하위층 소득이 겨우 560원 늘어난 것을 놓고 "소득 증가"라고 했다. 사실이 틀려도,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아도 똑같은 왜곡, 똑같은 억지를 토씨만 바꿔 되풀이한다. 왜? 트럼프의 거짓말 정치를 파헤친 어느 미국 언론인의 책 제목이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였다. 지금 문 정권이 그렇다. 내 편, 자기 진영만 챙기는 분열의 정치에서 진실 따위는 상관없다. 자기편이 듣고 싶은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권력을 지탱하는 '탈진실의 통치'가 펼쳐지고 있다. 거짓과 허구를 수단 삼아 좌파 권력을 20년 더 연장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국민을 한두 해 속일 수 있어도 5년 내내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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