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돈밖에 모르는 트럼프에게서 얻어내야 할 것

입력 2019.11.01 03:14

돈이 피를 앞서는 '트럼프 동맹' 방위비, 심하게 압박할 것
비용만 매달리지 말고 美 책임·신뢰 제고 구해야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최대 6조원이 걸린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이다.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이 그림자처럼 뒤에 깔린 '50억달러(6조원)'의 실체를 둘러싸고 워싱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의 협상 전략으로 본다. 한국으로부터 최대 금액을 받아내기 위해 내세운 무리한 액수일 뿐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트럼프가 협상에서 그렇게 쉬운 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50억달러란 금액을 허투루 보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의 유효기간 1년 주장을 받아들인 건 문재인 정부의 패착이었다. 한국은 그때 3~5년의 유효기간을 원했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계산 방식을 새로 만들어 1년 후 다시 협상하길 원했다. 협상은 미국이 금액을 양보하고 한국은 유효기간을 양보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 결과가 '유효기간 1년, 1조389억원'이었다.

조 단위에 진입한 분담금 액수가 주는 정치적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새 방위비 분담금 산정 방식을 만들면 훨씬 더 큰 증액이 뒤따르리라는 건 그때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트럼프 정부를 제대로 읽었더라면, 그래서 협상에서 유효 기간을 늘리는 데 더 주력했더라면 지금처럼 한국이 제일 먼저 미국의 새 방위비 분담금 산정 공식 시범 케이스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미 동맹 사이에는 방위비 분담 협상 말고도 서로 어떻게 뒤엉킬지 모르는 사안들이 줄지어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압박에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이달 안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한국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이 파기 재고를 강하게 요구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은 오는 22일 종료된다. 여기에 북한까지 미국을 향해 "연말을 그냥 넘길 생각 말라"며 벼르고 있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동맹의 여러 현안 중에서도 방위비 분담 협상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동맹의 앞날이 우려되고 한국이 걱정된다고들 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트럼프의 최고 관심사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생각해보면 트럼프 입장에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북한과의 협상에 매달리느니,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분담 액수를 늘리는 쪽이 성과를 내기 쉬울 것이다. 내년 유세 때 지지자들에게 내놓을 전리품으로 그만한 게 없다. 게다가 이번 협상 결과는 다른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문제나 지소미아까지도 방위비 협상용 카드로 둔갑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는 무엇이든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동맹관에선 돈이 피를 앞선다. 트럼프는 최근 함께 피 흘리며 싸운 동맹 쿠르드족은 내팽개친 반면, 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면서 무기 구매와 에너지 협력까지 선물한 동맹 사우디아라비아엔 미군 3000명을 더 보냈다.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쿠르드족을 버렸지만 그 지역 유전을 지키기 위한 미군은 따로 남겼다.

방위비 분담 협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다.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증액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협상 결과는 한·미 동맹에 더 큰 숙제를 남길 것이다. 늘어난 방위비만큼 동맹 간 유대가 더 탄탄해질 것이란 확신을 갖는 일이다. 트럼프에게 돈 액수가 중요하듯 우리에게는 그에 따른 효과가 중요하다. 지금 방위비 협상 관련 논의는 온통 미국이 요구하는 비용에만 예민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미국의 책임과 동맹 간 신뢰가 얼마나 커질지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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