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법안, 일주일새 200여건으로 전달 동기 대비 2배 급증
한 의원이 하루에 20개 무더기 발의… 의원들끼리 서명해주는 '품앗이'도
현역 의원 공천 평가 기준 중 '입법 성과' 평가 앞두고 '건수 올리기'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숫자가 급증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안 밀어내기', '이상한 경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는 사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꼼수'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부터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관련 평가에 들어가는데, 평가 지표 중 하나가 '대표 발의 법안 수'이며 31일의 법안 발의 실적까지 집계된다.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머물 경우 공천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무더기 법안 발의에 나선 것이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00여건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전 같은 기간(9월 23~30일)에 발의된 법안 건수는 90여건에 불과했다. 최근 법안 발의가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현역 의원 평가를 집계 대상 기간이 끝나는 31일을 앞두고 '법안 밀어내기'가 폭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20대 국회가 시작한 2016년 5월 말부터 총 83개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0개는 지난 30일 단 하루에 발의된 것이다. 다른 중진 의원은 20대 국회 발의 법안 63개 가운데 34개 법안은 올 들어 10개월간 발의된 것이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당 소속 의원의 입법 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확정해 공천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후에 법안 발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의원들끼리 서로 법안 발의를 돕는 '품앗이'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실 보좌관은 "평소 법안을 잘 발의하지 않던 의원실에서 최근 법안 발의에 동참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법안을 발의하려면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10명 이상의 의원이 서명해야 한다. 대표 발의하려는 법안에 서명해달라는 요청이 최근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일부 의원이 의정 활동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컷오프(공천 배제)된 것을 떠올리고, 현역의원 평가를 앞두고 정량화된 평가가 가능한 법안 발의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법안 발의를 위해 실무 작업을 하는 보좌진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평가 내용이 가관이다. 어떻게 법안 발의 개수, 토론회 개최 실적, 트윗질·페북질을 얼마나 했는지로 국회의원을 평가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덕분에 지금 각 의원실에서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들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다"고 썼다.

한편 민주당이 제시한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는 법안 발의 외에도 토론회·정책간담회 개최 횟수, SNS(소셜미디어) 활용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