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혁신의 최대 敵은 票

조선일보
입력 2019.10.31 03:14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매력 빵점 한국 경제
票에 막힌 혁신… 좌파정부는 혁신 못 해

김영진 경제부장
김영진 경제부장

"투자 리포트를 건네주면 맨 앞장에 있는 한국 파트를 접고, 바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투자자를 찾아다닌 증권사 사장 얘기다. 올해 한국 경제에 기대감을 갖는 해외 투자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2019년 세계경제에서 한국은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주제의 좌담회에 나온 외국 기업인들의 대답도 '아니올시다'였다. 온갖 규제가 기업을 옥죄고, 특히 일관성 없는 노동정책은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한국 땅에서 기업 하기 싫어하기는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해외 투자 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의 77%가 "한국보다 외국의 투자 환경이 낫다"고 했고,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 5곳 중 4곳은 국내로 들어와 다시 장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수출입은행 8~9월 설문조사). 법인세·상속증여세 같은 세금 부담과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란 점이 외국 기업과 똑 닮았다. 얼마 전 만난 사업가도 이 나라를 떠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물론 멀리 포르투갈로 이민 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언제쯤 돌아올 생각이냐"고 했더니, 대뜸 답이 왔다. "미쳤어요? 돈 싸들고 다시 들어오게."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해외투자금(145억달러)이 해외로 나간 돈(389억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그 차액(-244억달러)을 GDP(국내총생산)로 나눠 계산하면 -1.2%에 달한다. 경제 규모를 감안한 투자 매력 지표로 볼 수 있는 이 비율을 OECD 36개국과 비교해보면 겨우 28등, 바닥권이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1%, 12등)에도 뒤질 정도로 우리나라는 투자하려는 기업보다 떠나려는 기업이 더 많은 매력 빵점 나라다.

기적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이제 그저 그런 나라가 되어 버렸다. 우리 경제에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경제성장인데, 이번 정부는 스스로 성장세를 꺾어버렸다. 노조 눈치나 보며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고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상에 없는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하다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 결과 2% 성장도 버거울 정도로 경제가 주저앉았고, 제조업과 자영업이 망가졌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돈(자본)과 사람(노동), 그리고 생산성이 뒷받침되는 3박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년 반이 지난 지금, 투자는 뒷걸음치고 노동시장에선 경제 허리(30~40대)가 잘려나가며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있다. 남은 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법뿐인데, 이마저 막혀 있다. 전(前) 경제수석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성 향상은 혁신뿐인데, 혁신의 최대 적은 바로 표(票)"라며 "좌파 정부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고 했다. 혁신을 하면 처음엔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다수의 불만 세력을 피해자이자 표로 인식하는 문재인 정부는 결코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유경제 혁신을 표방한 '타다'가 30만 표를 가진 택시업계 반발에 부닥치자, 정부가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내년에는 표가 가장 중요한 4월 총선이 기다리고 있어,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가 더더욱 힘들게 됐다.

정상적인 성장 궤도 진입이 불가능해진 문 정부는 결국 재정에 기대기로 했다. 내년엔 60조원에 달하는 나랏빚(국채 발행)까지 내서 무너지는 경제를 떠받치기로 했다. 하지만 껍데기에 광낸다고 없던 매력이 생겨날까. 혁신을 통한 경제정책의 대전환만이 정답이다. 그러지 않으면 2020년 한국 경제도 별 볼일 없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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