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모자란 택배업, 외국인 취업 허용 검토

조선일보
입력 2019.10.30 03:01

과일도매·육류운송 등 3D업종에… 고용부, 중국 동포 인력 활용 고려
노동계 "저임금 외국인 채용 늘어 내국인 근로자 상황 더 악화될 것"

수도권에 있는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는 300명이 하루 60만 개의 택배 물량을 처리한다. 3주 단위로 인력을 충원하는데 10일 이상 근무하는 고정 인력이 60%뿐이라 나머지 40%인 120명은 당일치기 구인(求人)을 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일이 힘들다 보니 일손을 구하기도 어렵다.

분류 업무 일부는 자동화가 돼서 이전보다 인력이 덜 필요하지만, 택배 차량에 박스를 싣거나 내리는 상·하차 업무는 인력 충원이 어려워 매일 허덕인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노동 강도가 센 데다 하루 10시간 꼬박 힘쓰는 단순 노동만 하니 일하겠다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학생들 방학 시즌엔 그나마 인력 수급이 괜찮은데 명절 전후로는 인력을 채우지 못하기 일쑤"라고 했다. 농산물 도매나 축산물 운송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총리실 "택배업 외국인 채용 필요"

이처럼 극심한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택배 등 인력난이 심한 일부 업종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국내 일자리 잠식 등 부작용을 우려, 서비스업의 경우 극히 일부 업종에만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허용하고 있는 기존 입장을 변경하려는 것이다.

29일 밤 경기도의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근로자가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다.
29일 밤 경기도의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근로자가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은 지난 7월 산업계 건의에 따라 '택배업에도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고용부에 요청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지만 택배물류업, 과실류도매업, 식육운송업 등 업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며 "타 업종대비 인력 부족 현황 등을 고려해 허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외국인 근로 업종 확대해야"

고용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일반 외국인 근로자(E-9)보다 국내 취업 절차가 상대적으로 쉬운 '중국 동포 인력'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특례고용허가제도(H-2)에 따르면, 중국 및 독립국가연합 5개 국가 국적을 보유한 외국 국적 동포는 국내 취업을 원할 경우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하수·폐기물처리업 등 38개 단순 노무 분야에만 취업할 수 있다. 국내 노동 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허용 분야를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 노무 업종 근로자 부족이 심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 허용 업종을 확대해달라"는 산업계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용부가 한국이민학회에 의뢰한 '특례고용허가제 허용 업종 및 요건 합리화 방안 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동포 인력을 고용한 사업체 5곳 중 1곳(19.4%)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 업체 66.7%는 "내국인을 채용하고 싶으나 구직자를 구할 수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용부 "노동계 반발이 걱정"

노동계의 반발이 고용부의 걱정거리다. 택배업 등에 외국인 근로자 취업이 허용되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외국인 채용을 선호하게 되면서 업종 전체의 임금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 일자리 잠식도 문제다. 노동계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해 내국인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해당 업종을 내국인이 기피하는 이유는 근로 조건이 열악하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 취업 허용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