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8일 공개한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오른소리 가족'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어 조롱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되고 있다. 속옷 차림인 문 대통령 캐릭터가 조국 전 장관이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모습을 보며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28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卑下)하는 애니메이션 상영으로 논란을 빚었다. 여권은 즉각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내용에 말문이 막힌다"며 반발했고, 한국당 내에서도 "과도한 수위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한국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체 제작한 캐릭터 '오른소리 가족' 제작발표회를 열면서, 4분 30초 분량의 '벌거벗은 임금님' 애니메이션도 함께 상영했다. 애니메이션은 오른소리 가족의 할아버지 캐릭터가 손자·손녀들에게 전래동화를 말하는 형식이다. 이야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 캐릭터는 신하들이 건넨 투명한 안보 재킷, 경제 바지, 인사(人事) 넥타이를 착용한 '팬티 바람'이다. 문 대통령 캐릭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캐릭터가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모습을 보곤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말한다. 백성들은 속옷 차림의 문 대통령 캐릭터를 가리켜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이라고 비웃는다. '동화'가 끝나자 오른소리 가족의 손자·손녀 캐릭터는 "정말 재미있다"며 웃었고, 할아버지 캐릭터도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라고 했다.

여당은 반발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동영상을 만들어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2004년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환생경제'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퍼부어 공분을 샀던 일이 떠오른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과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래동화 잘못 읽었다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되겠느냐. 저는 정부가 쓴소리도 들으면서 고칠 것은 고쳐 달라는 취지로 봤다"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당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 "차라리 가만히 있어 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원외(院外) 당협위원장은 "국민들은 거리에서 정권 심판을 외치는데, 당은 조 전 장관 하나 물러난 걸 갖고 '표창장 파티'와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환호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한국당 홈페이지에도 "이대로라면 침몰밖에 없다" 등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 국회 전시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그림 '더러운 잠'이 걸렸던 일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이번 논란에 우리 당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지도부는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설화(舌禍)와 수습을 반복하며 지지율 하락을 자초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 사태로 수사를 받는 의원에 대한 공천 가산점 방침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에 "제 입으로 가산점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했다. 지난 24일 관련 질문을 받고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생각해 본 바 없다"고 한 것은 '입장 변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인적 쇄신의 기미도 안 보인다. '황교안 체제' 이후 한국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당 차원의 '물갈이' 방침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날 "이미 (인적 쇄신을) 하고 있으며 말보다는 의미 있는 후보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