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2만원을 준다. 중앙정부가 주는 아동수당 월 10만원과 별도여서 명칭이 '아동수당플러스'다. 경기 군포시는 올해부터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생애 최초 어린이집 입학 준비금' 10만원을 주고 있다.
중앙정부의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현금 복지'가 올해 40조원으로 작년(28조원)보다 12조원 늘어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여기에 더해 경쟁적으로 '돈다발 복지' 살포에 나서고 있다.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는 광역·기초 단체장들이 베끼기·퍼주기식으로 아동수당, 청년수당, 장수수당 등을 신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자체의 현금 복지 사업 수는 매년 100건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경쟁 불붙은 지자체 현금 복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현금 복지 베끼기, 퍼주기 경쟁은 나이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앙정부의 기초연금에 더해 지자체가 주는 각종 장수수당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최대 30만원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선거철 캐스팅보트가 된 노인 표심을 잡으려는 지자체들은 각종 명목으로 노인들에게 현금을 쥐여주고 있다.
우선 지자체들은 장수 축하금을 만들었다. 대전광역시는 2011년부터 100세 노인에게 100만원의 장수 축하금을 지급해왔다. 서울 노원구는 2012년부터 90세 노인에게 장수 축하금을 줬고, 2013년 전남 진도군은 85세 노인에게 같은 명목으로 돈을 주기 시작했다.
특정 나이에 한 번 주고 마는 장수 축하금과 달리, 노인에게 매월 2만~3만원씩 계속 주는 장수수당은 전국 지자체 돈다발 복지의 단골 메뉴가 됐다. 기준은 제각각이다.
충북 영동과 경기 과천시, 화성시 등은 만 80세 이상, 충북 보은은 만 90세 이상 노인에게 준다. 충북 단양은 만 83세 이상이 대상이다. 장수수당과 함께 자녀에게 별도의 효도수당을 지급하는 지자체도 부지기수다. 충북 청주시는 2006년부터 1930년 이전에 태어난 노인에게 장수수당을 지급하고, 2009년부터는 만 65세 이상 노인을 모시는 중장년에게 효도수당을 지급해왔다.
◇수세식 화장실 있어도 '분뇨 수거 수당'
현금 복지의 기준과 효과를 가늠할 수 없는 황당한 사업도 적지 않다.
부산 중구는 2004년부터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저소득층 가구에 '분뇨 수거 수수료'라며 가족 1인당 1만3510원을 매년 한 번씩 준다. 그런데 수세식 화장실을 써도 1인당 6060원을 준다. 4인 가구면 2만4240원을 받는다. 구청 관계자는 "다들 분뇨 수거를 한다고 보고 가족 숫자만큼 계좌로 입금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와 마포구는 전·월세를 구한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부동산 중개 수수료(복비)를 최대 30만원까지 대신 내준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이미 저소득층 복비 지원을 하는 것과 중복된다. 충북 영동군은 모든 중·고생 한 명당 연간 81만5000원의 통학버스비 등을 지원하는데 가정 형편을 따지지 않는다. 충북 청주시는 2014년부터 매년 10월 2일 노인의 날마다 모든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1만원짜리 상품권을 살포하기도 한다.
◇지자체마다 기준 달라 갈등
지자체마다 현금 복지 지급 기준이 달라 주민 항의가 잇따르는 등 갈등도 끊이질 않는다.
서울 중구·마포구·강동구가 교복 구입비를 지원하자, 다른 구 학부모들은 "우리 구는 왜 안 해주는 거냐"라고 항의를 하고 있다. 이에 지난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 교복을 내년 서울 25구 모든 중·고교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시의회는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2일 노인, 장애인 등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이 부족하다며 4조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중앙정부와 광역·기초 자치단체 간의 복지 분담 원칙을 서둘러 정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자체가 스스로 현금 복지를 늘리는 걸 강제로 막기 어렵다면 재정 사정이 나은 지자체가 무분별한 복지 사업에 나서면 중앙정부의 지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