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때 힘들다고 택시 타고 돌아오던 아이들이… "이제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하는 기쁨 알게 됐어요"

입력 2019.10.28 03:00

[73회 춘천마라톤]
10㎞ 완주 춘천中 마라톤반 21명

"춘마야! 춘중(春中)이 왔다!"

27일 오전 강원 춘천시 공지천교가 왁자지껄했다. 이날 춘천마라톤 10㎞ 코스에 참가한 춘천중학교 마라톤반 1~3학년 학생 21명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반팔·반바지 차림의 아이들은 체온을 높이려 서로의 팔뚝을 문지르거나 등을 맞대고 스트레칭을 했다. 지도 교사 기은영(47)씨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긴장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 잘해" "준혁아, 50분 알지?"라며 격려를 건넸다.

이미지 크게보기
출발 전 포즈를 취한 춘천중 마라톤반 학생들과 기은영 지도교사(왼쪽). 10㎞ 부문에 나선 학생 21명 모두 완주에 성공했다. /고운호 기자
춘천중 학생들이 춘천마라톤에 출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학내 동아리로 마라톤반이 만들어진 후부터였다. 2016년 춘천중 교사로 부임한 기씨가 지도 교사를 자청했다. 기씨가 동아리원 모집 당시 학생들에게 "춘천마라톤에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중간에 나가도 좋다"고 못박았다. '마라톤의 도시' 춘천에서 자란 터라 학생들에게도 이 대회는 익숙하다. 춘천중 1학년 임수지(13)양은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큰 달리기 축제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기씨와 학생들은 올해 4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간씩 달리기 연습을 했다. 학생들은 춘천마라톤 10㎞ 코스를 따라 2~3주마다 2㎞씩 거리를 늘려가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달리면서 흘린 땀방울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바꾸어 놓았다. 연습 초기만 해도 힘들다며 잔꾀를 부려 택시를 타고 학교로 돌아오던 아이들은 나중엔 비가 와도 '달리자'며 기씨를 졸랐다. 쑥스러워 수업 시간에 질문 하나 건네지 못하던 아이는 연습을 하다 목이 마르면 근처 수퍼마켓에 들러 물을 얻어먹고 나왔다. 4~5명씩 무리지어 달리며 뒤처지는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도 마라톤을 시작한 후 생긴 변화다.

춘천중 3학년 최준혁(15)군은 "마라톤을 뛰며 '조금 뒤처져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이구나'라는 걸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날 풀 코스를 완주한 기씨 역시 "마라톤은 평소 노력한 만큼 기록이 나오는 '거짓말하지 않는 운동'이라고 아이들에게 늘 말해준다"며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얻는 결실의 기쁨을 춘천마라톤에서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21명 전원은 10㎞ 완주에 성공했다. 51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춘천중 1학년 경봉구(13)군이 "1등 했다"고 외치자 3분 늦게 완주한 류수민(13)군이 "배가 아파 화장실만 들르지 않았으면 내가 1등이었다"며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다. 경군은 "마라톤을 통해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며 "내년엔 50분 벽을 깨보겠다"며 웃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