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줄까 말까, 커피값 아낄까 말까… 다 내 얘기네

조선일보
입력 2019.10.28 03:00

첫 소설집 '일의 기쁨…' 낸 장류진
표제작은 인터넷 40만 조회 기록… 소확행 찾는 밀레니얼 세대 그려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에게 청첩장을 줄까 말까. 하루 1만1000원 쓰는 게 목표인데 아메리카노를 먹을까 말까. 장류진(33)의 소설은 사소해 보이지만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법한 고민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판교 IT 기업이 배경인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신인 작가 장류진이 1년 만에 동명의 소설집을 냈다.

장류진 작가는 '독자 반응 중에서 '어제 회사에서 기분이 너무 안 좋았는데 하루만 더 일찍 읽을 걸'이란 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장류진 작가는 "독자 반응 중에서 '어제 회사에서 기분이 너무 안 좋았는데 하루만 더 일찍 읽을 걸'이란 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창비
작년 출판사 사이트에 공개된 표제작 '일의 기쁨과…'는 서버까지 마비시키며 조회수 40만회를 기록했다. "우리 회사 얘기 아니냐"며 돌려볼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직장 묘사가 주효했다. 지난 23일 만난 장류진은 "사업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크든 작든 회사라고 불리는 곳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가 공감한 것 아닐까"라고 했다.

첫 소설집도 회사가 배경이거나 평범한 20~30대 직장인이 주인공인 단편들이 담겼다. '잘 살겠습니다'에선 청첩장을 돌릴 때 관계의 값어치를 계산하게 되는 미묘한 상황을 그린다. '도움의 손길'에선 착실하게 월급을 모아 집을 산 신혼부부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진다. "내년엔 아이 가져야지"라는 도우미의 말에 '나'는 "아이는 마치 그랜드피아노와 같은 것"이라 비유한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팍팍한 현실에 위축되기보다는 홍콩행 티켓이나 레고, 반려동물 같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를 발랄하게 그린다. 장류진은 "한때 젊은 세대가 잘못된 사회 구조에 저항해야 한다는 담론이 있었지만, 제 주변을 보면 실제로 저항할 힘이나 기회가 없었다"면서 "저항보단 순응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는 세대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아영 평론가는 "한국 문학이 수호해왔던 내면의 진정성이나 비대한 자아가 없다"고 평했다. 장류진은 "습작하던 시절에 내면이 없다,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너무 많이 들었다"면서 "그게 항상 콤플렉스였고 '난 깊이가 없어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하도 답답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까지 읽어봤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데뷔를 했고, 제 특징을 새로움으로 봐주셔서 참 다행이었죠."

그도 7년간 IT 회사에서 일했다. 국문과 대학원에 다니다가 다시 경력직으로 취업해 일하면서 소설을 썼다. "겁이 많아서 일을 관두고 소설만 써야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퇴직금 계산기도 돌려보고, 이직 가능성도 따져보고 '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계산해봤죠." 최근 전업 작가가 된 그는 "현실적인 성격이라 땅에 발붙이고 있는 이야기가 좋다"면서 "수틀리면 회사로 돌아가야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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