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2시간57분에 완주한 호주 대사 "봄부터 몸만들기, 매일 1시간씩 달렸다"

입력 2019.10.27 21:53 | 수정 2019.10.28 01:07

[73회 춘천마라톤]
호주 첫 한국계 외교관 제임스 최
"강·약점 파악, 목표 정하고 헌신… 마라토너 자세, 다른 일에도 통해"

함께 출전한 가수 션에게 강연비 모아 기부금 전달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는 처음 도전한 춘천마라톤에서 '서브 스리(3시간 미만 완주)'기록으로 완주했다.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는 처음 도전한 춘천마라톤에서 '서브 스리(3시간 미만 완주)'기록으로 완주했다. /김지호 기자

"춘천마라톤을 앞두고 서울숲 주변을 달리는데 한 시민이 '대사님! 파이팅!'이라고 외치더군요. '마라토너 호주 대사'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셔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임스 최(49) 주한 호주대사가 별명처럼 하회탈 같은 웃음을 지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 대사는 27일 춘천마라톤을 2시간 57분 12초의 기록으로 완주하며 목표로 했던 '서브 3(3시간 미만 완주)'를 달성했다.

최 대사는 호주 정부 최초의 한국계 외교관이다. 네 살 때 한국을 떠나 호주로 이민을 간 그는 1994년 120대1 경쟁률을 뚫고 호주 외교관이 됐다. 축구, 럭비, 크리켓, 테니스 등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전했던 그가 처음 마라톤 풀 코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유엔 호주대표부 참사관이었던 2004년 뉴욕이었다. 두 발로 그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부임지를 옮길 때마다 그 나라와 도시의 대표적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춘천은 보스턴, 베를린 등에 이어 최 대사가 풀 코스를 완주한 아홉 번째 도시다.

그는 2016년 12월 주한 대사로 부임한 뒤에도 매년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 최 대사는 "춘천마라톤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라는 명성답게 호수길과 단풍이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라톤 대회 출전 6개월 전부터 몸을 만든다. 올해도 봄부터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성북동 대사관저 근처 언덕과 평지를 6~10㎞씩 달렸다. 주말에는 서울 시내에서 20~30㎞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그를 알아보는 시민이 생겼고, '달리는 하회탈 대사'란 별명도 생겼다. 춘천마라톤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에는 통영 트라이애슬론월드컵 10㎞ 동호인 릴레이 부문에 호주 팀으로 출전해 2위를 하며 마지막 훈련을 마쳤다. 최 대사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한 뒤 헌신과 인내로 수행하는 마라토너의 자세는 다른 어떤 업무에도 적용 가능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이날 춘천마라톤에 함께 출전한 연예계 '기부 천사' 가수 션(47·본명 노승환)에게 100만원을 건넸다. 그동안 국내 대학에서 강연해 모은 돈이다. 션은 "최 대사와는 지난 6월 자전거로 제주도 종주를 하면서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기부금을 모았다"며 "춘천에서도 좋은 뜻을 나누게 돼 기쁘다"고 했다.

션은 이날 장애 아동들 후원자 365명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스터지웨버 증후군(한쪽 뇌가 위축되고 몸이 마비되는 병)'을 갖고 태어난 박은총(16)군의 휠체어를 밀며 풀 코스 레이스를 마쳤다. 션은 80㎏이 넘는 휠체어를 밀면서도 3시간 39분 2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 대사와 션은 "마라톤을 통해 시민들과 호흡하고, 베풀며 건강한 삶까지 얻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달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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