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춤추고 이병헌이 말을 거네… 영화같은 고장 합천

입력 2019.10.25 03:01

[뜬 곳, 뜨는 곳] 문화콘텐츠 메카 꿈꾸는 경남 합천
국내 최대 규모 황매산 억새군락지… 선덕여왕 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
개화기 거리 재현한 영상테마파크… '천만영화' 5편 촬영, 年41만명 찾아
해인사 팔만대장경 체험할 수 있는 기록문화축제도 내달 3일까지 열려

경남 합천군 황매산(해발 1113m)은 영남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삼라만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는 모산재(767m)와 돛대바위, 순결바위, 장군봉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 금강산만큼이나 절경을 이룬다는 뜻이다. 해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황매산 정상 일대는 은빛 억새의 바다로 변신한다. 황매평원 억새 군락지는 전국 최대 규모다. 해발 850m부터 950m까지 100만㎡에 펼쳐져 있다. 해발 800m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 가족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이곳은 대작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기황후'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 '태왕사신기' '주몽' '선덕여왕'이 황매산에서 장면을 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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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 중순이면 경남 합천군 황매산 황매평원에는 몽글몽글한 햇솜처럼 부풀어오른 억새가 장관이다. 100만㎡에 달하는 억새밭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주몽' '선덕여왕'과 영화 '은행나무 침대' 등의 촬영지가 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황매평원의 전경. /합천군
최근 합천은 국내 최대 영화·드라마 오픈 세트장인 합천영상테마파크(7만5000㎡)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를 시작으로 '도둑들'(2012) '변호인'(2013) '암살'(2015) '택시운전사'(2017) 등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5편을 잇따라 촬영했다. 지금까지 찍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CF 작품은 250편이 넘는다. 최근 10년 사이 제작한 우리나라 시대극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갔다. 지난해 관람객 41만명이 찾았다. 올해는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찾은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평일 낮인데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이곳에는 1920년대 서울 소공동 거리와 적산가옥 거리 등이 복원돼 있다. 예전 종로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에선 배우 하정우와 임시완이 주연하는 영화 '1947 보스톤' 촬영이 한창이었다. 한일관과 이화장, 육만집, 홍이점빵, 평양총각식당, 학교종이 땡땡땡 등 세트장 내부에서는 추억이 묻어나는 식당과 카페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경남 진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찾았다는 정이주(22)씨는 베레모에 브로치가 달린 블라우스 차림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촬영한 '미스터 션샤인' 의상이었다. 1만원이면 개화기 의상과 교복을 빌려 입을 수 있다. 정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재밌어 보여 왔다"며 "영화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임옥경(49)씨는 "재미있게 본 드라마와 영화를 대부분 여기서 찍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찾은 관람객들이 개화기 의상을 입고 1930년대 서울 종로4가역과 전차 등 종로 거리를 재현한 영화·드라마 야외세트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20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찾은 관람객들이 개화기 의상을 입고 1930년대 서울 종로4가역과 전차 등 종로 거리를 재현한 영화·드라마 야외세트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동환 기자
합천군은 2004년 55억원을 투입해 영상테마파크를 건립했다. 합천군 변종철 홍보 담당은 "통상 국내 세트장은 합판으로 값싸게 지어 한 번 쓰고 허물지만 여기는 철골 구조물로 지어 계속 쓸 수 있다"며 "영업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17년 영상테마파크 바로 앞에 세운 청와대 세트장도 촬영 명소다. 방영 중인 드라마 '배가본드', 정우성 주연의 영화 '정상회담'에 나오는 청와대가 이곳이다.

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 세트장 사이 490m를 잇는 모노레일도 지난 5월 완공돼 일대를 돌아보기 쉬워졌다. 문석순 한국모노레일 합천사업소장은 "주말이면 5000~7000명이 다녀간다"고 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군은 내년에 영상테마파크 규모와 시설을 확충한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기존 관광지 재활성화 사업에서 1위로 뽑혀 200억원을 지원받았다. 조선총독부를 신축하고 경성역, 반도호텔 등 세트장 내부를 리모델링한다. 내년부터는 지역민을 단역 배우로 참여시켜 일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군민 300명의 지원도 받았다.

영상테마파크의 인기는 지난해 56만명이 찾은 합천 해인사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합천군은 지난해부터 '합천기록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 19일 개막해 내달 3일까지 합천군 가야면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 일원에서 열린다. 팔만대장경 이운 행렬을 미디어트로 재현한 관람관을 선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로 장면이 바뀌는 전시관에서 360도로 감상이 가능하다. 고려 복식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거나 소원 물고기를 매다는 행사도 있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해인사, 영상테마파크, 황매산을 연계해 문화 콘텐츠 중심지로 합천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문 군수는 "합천은 조선의 명당으로 손꼽힌 십승지(十勝地) 10곳에도 들었을 정도로 예부터 살기 좋은 곳이었다"며 "영상 문화 시대에 누구나 한 번쯤 꼭 찾아가 봐야 하는 고장으로 합천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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