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 19년째 개근하는 동호회 '주자불로'

조선일보
입력 2019.10.25 03:01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 D-2]
구로 전자유통업체 대표들 만들어… 2시간47분 내 주파한 멤버만 3명

'주자불로' 회원들이 22일 저녁 서울 구로구 안양천변을 달리며 몸을 푸는 모습.
'주자불로' 회원들이 22일 저녁 서울 구로구 안양천변을 달리며 몸을 푸는 모습. 올해로 19년째 함께 춘천마라톤에 나서고 있다. /조인원 기자
지난 22일. 날이 어둑어둑해진 늦은 오후에 서울 구로구 고척교 밑에 50~60대 남녀 20여명이 모였다. 섭씨 10도 남짓한 쌀쌀한 강변 날씨에도 달랑 민소매 티에 반바지 운동복 차림이었다. "헛둘헛둘" 구호와 함께 스트레칭을 시작한 이들은 서울 구로중앙유통단지 내 전기·전자제품 유통업체 대표들이 모인 마라톤 동호회 '주자불로' 회원들이다. 매주 화·목요일 일을 마친 뒤 양복을 벗어 던지고 안양천변에 모여 한강까지 15~20㎞를 달린다.

'달리는 자는 늙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 주자불로(走者不老)는 2001년 처음 동호회를 주도해 만든 김농수(73)씨의 아이디어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매달 꾸준히 1차례 이상 대회에 참가하는 김씨는 "이름 한번 제대로 잘 지었다. 달리기만 한 보약이 없다"고 말한다.

주자불로는 오는 27일 열리는 춘천마라톤에 19년째 개근 중인 단골손님. "달리기의 최대 장점은 술 맛이 좋아지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이래 봬도 마라톤 고수들이다. 서브스리(3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를 이룬 베테랑만 10명이고, 그중 '247(2시간47분 내 주파)' 멤버가 3명이나 된다. 매년 참가하다 보니 풀코스를 10회 완주하면 들어갈 수 있는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회원도 여럿이다.

30대 나이에 주자불로 창단에 함께해 벌써 60을 바라본다는 정태영(56)씨는 "올 춘마까지 완주하면 명예의 전당에 든다. 올해는 더 각별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마라톤 풀코스를 400회 넘게 완주했다는 김성은(60)씨는 "그 어떤 대회보다도 아름다운 춘천마라톤 코스를 달릴 생각에 한껏 부풀어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20년 가까이 꾸려오며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까지 갖춘 뼈대 있는 동호회이지만, 기록과 상관없이 즐기며 달리는 '펀 런(Fun Run)'의 원조격이다. 정태영씨는 "우리 중 마라톤이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언제까지고 함께 모여 재미있게, 젊게 달리자는 것이다. '정말 달리면 안 늙느냐'고 묻자, 중년의 청춘들은 "보면 모르냐"며 탄탄한 근육질 다리를 저마다 철썩 때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협찬: SK 하이닉스, SK telecom, BROOKS,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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